항공엔진 45년 한화에어로…알짜 MRO는 '아직'
위탁 생산이 대부분…독자 제품도 일회성 위주라 수익 기대 어려워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6일 17시 1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F404' 엔진 시운전 모습 (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 엔진 사업이 외연 확대를 지속하고 있지만, 45년 역사에도 '알짜'인 유지 보수 및 정비(MRO) 시장은 아직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16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부문에서 MRO 사업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약 30%다. 지난해 항공부문에서 발생한 매출이 1조5632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MRO 사업에선 4690억여 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방산 및 항공 MRO는 제품 공급 대비 2~4배나 큰 시장이다. 다만 자체적으로 제작한 제품만 가능하기에 진입 장벽이 높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국내 군수용 항공 엔진에 대해서는 MRO를 수행하고 있지만, 시장 규모가 몇 배나 큰 해외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프랫앤휘트니(P&W), 영국 롤스로이스 등 메이저 엔진 제작사의 주문대로 조립하는 면허(라이선스) 생산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자사 브랜드를 달고 출하하는 엔진도 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엔진 11종, 해외 기술 협력으로 개발한 엔진 4종을 통해 항공 엔진 체계 종합 역량을 고도화 중이고 이미 132개 품목의 부품을 국산화했다. 그럼에도 국내 항공 엔진 기술은 설계·소재·시험·인증 관련 역량 부족으로 선진국 대비 70% 수준인 상황이다. 아울러 독자 생산 엔진도 아직까지는 수명이 다하면 폐기되는 일회성 제품이 대부분이라 MRO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생산 현업 직원의 전언이다.


문제는 MRO 시장을 공략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엔진의 핵심 구성품 중 터빈과 연소기, 압축기가 이른바 '돈이 되는' MRO 대상은 엔진 제작사와 종주국이 외부에 정비를 맡기지 않는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 엔진 생산이 군수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도 운신의 폭을 좁히는 요소다. 이 회사는 T-50 계열 항공기 수출 사업의 유일한 엔진(F404) 공급 업체이고, 최초의 국산 초음속 경공격기인 KF-21 '보라매'에 탑재될 'F414' 엔진의 생산 국산화에도 성공했지만 MRO를 독점할 수는 없다. 전투기와 훈련기 등 군용기는 국내외를 불문하고 군이 직접 MRO를 수행하는 경우도 있어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오는 2032년까지 KF-21 약 240대분의 F414 엔진을 납품할 예정이지만, 향후 8년 내 해당 엔진의 MRO 수익이 대거 발생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군용 항공기 시장은 민항기 대비 상대적으로 파이가 작은 시장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에 따르면 세계 항공 시장이 2015년 5478억달러(약 764조원)에서 올해 7391억달러(약 1031조원) 규모로 연 평균 3~4% 성장하는 가운데, 민항기 시장은 2400억달러(약 335조원)에서 3300억달러(약 460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같은 기간 군용기 시장은 700억달러(약 98조원)에서 600억달러(약 84조원)로 역성장이 예측됐다. 예상대로라면 2024년 기준으로 군용기 시장은 민항기 시장의 7분의 1 수준이다. 게다가 민수 항공기용 엔진은 독자 설계 기술을 보유한 곳에서나 생산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부품만 제공하고 국제 공동 개발 프로그램(RSP)에 참여 중인 등 발만 걸친 단계라, 민항기 엔진 MRO는 더욱 먼 얘기다.


이렇다 보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6세대 전투기용 엔진 등 첨단 항공 엔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F-21 블록 3급 전투기와 무인 전투기에 적용 가능하며 향후 6세대 전투기 엔진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1만5000파운드 이상급 항공 엔진, 나아가 3만파운드급 한국형 수송기 엔진 등 다양한 파생형 엔진까지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참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해외 연구소와 국내 산학 연구 센터를 설립해 연구·개발(R&D) 전문 인력을 2028년까지 약 800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엔진 개발 간 효율 향상과 빠르고 정확한 성능 최적화 설계를 가능토록 하는 인공 지능(AI) 기반 통합 설계 플랫폼도 구축,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첨단 항공 엔진에서도 MRO를 위한 첫 걸음은 결코 쉽지 않다. 지난 1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업 1사업장에서 만난 이광민 항공사업부장도 "첨단 항공 엔진 경우 독자 개발로 방향을 잡았지만, 메이저 엔진 제작사의 협력 없이는 개발 비용과 리스크가 늘어난다"며 "독자 개발, 생산에 성공하더라도 미국 EL(Entity List) 등 수출 규제에 걸릴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속성장을 위해 MRO 시장 공략에 더욱 집중하겠단 입장이다. 이광민 항공사업부장은 "항공 엔진의 경우 천문학적인 개발비가 들지만, 20~40년은 쓰기 때문에 MRO를 통해 돈을 번다고 보면 된다"며 "F414 엔진이 개당 105억~110억원 정도인데, 조립 과정에서는 100원이던 부품이 MRO에는 1만원으로 가격이 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속 군수 지원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MRO를 더해야 한다"며 "미군이 운용하는 F35 전투기의 엔진도 계획대로라면 MRO에만 연간 1조원이 든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한 "항공 엔진 MRO 또한 첨단 독자 엔진만큼 긴 호흡으로 접근하겠다"며 "항공 엔진 사업의 매출액 및 이익 기여도가 높지 않고 오는 2028년까지도 실적 기여 확대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후 첨단 항공 엔진 생산을 필두로 여러 사업을 영위한다는 전제 하에 2030년대 후반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라는 사명에 걸맞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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