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요즘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면 코로나19 팬데믹에 자취를 감췄던 외국인 관광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우리 동네의 평범한 족발집을 가득 채운 외국인 관광객들과 대형 관광버스를 보며 '우리 동네는 관광지도 아닌데 왜 여기까지 왔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 관광사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서 벗어나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1067만명으로 2019년의 99% 수준까지 회복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2026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유치'라는 목표를 제시했고 주요 도심과 관광지에선 숙박시설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나올 정도다.
이에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국내 카지노 산업도 호황을 맞았다. 한국카지노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카지노 사업장의 매출은 1조4081억원으로 전년(7146억원) 대비 97% 급증했다. 파라다이스, 롯데관광개발, 모히건 인스파이어 등 외국인 카지노를 운영하는 업체들은 올해 신바람이 났다.
하지만 국내 카지노 공기업 GKL(그랜드코리아레저)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GKL의 올해 1~8월 누적 매출은 2530억원으로 전년 대비 7.1% 감소했다. 이는 국내 카지노 운영사 4곳(파라다이스·GKL·롯데관광개발·강원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역성장한 수치다. 2005년 설립 이후 파라다이스와 국내 카지노 산업을 양분했던 모습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카지노 산업의 호황에도 유독 GKL만이 부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은 '경쟁력 약화'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GKL의 경쟁력은 카지노 사업장이 주요 관광지(서울 코엑스·드래곤시티·부산 서면)에 위치했다는 지리적 강점에서 나왔다. 하지만 인천 영종도에 뛰어난 공항 접근성을 갖춘 파라다이스시티와 모히건 인스파이어 리조트가 연이어 개장한 탓에 GKL의 강점도 옛말이 됐다.
사실 GKL의 경쟁력 약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수차례나 '낙하산 인사' 의혹이 불거졌던 GKL의 수장들은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며 자리를 지키는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GKL이 지난 20여년간 제자리에 머물러있는 사이 카지노 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급박하게 변화하고 있었다는 건 더 큰 문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2015년 인천 영종도 복합리조트 입찰 포기다. GKL은 2015년 11월 10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던 인천 영종도 복합리조트 개발 사업계획 공모 포기 의사를 밝혔다. 당시 시장에서는 향후 복합리조트의 유무에 따라 카지노의 경쟁력이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던 참이었다. 이는 훗날 GKL의 경쟁력 약화라는 거대한 나비효과로 다가왔다.
전문가들은 GKL의 경쟁력 회복 방안으로 '민영화'와 '오픈카지노(내·외국인 모두 출입이 가능한 사업장) 전환'을 꼽고 있지만, 이 조차 현실적인 방안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정부가 카지노를 사행 산업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규제를 가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GKL은 지금이라도 카지노 산업의 변화에 발을 맞춰야 한다. 현재 GKL은 새로운 수장을 맞이할 준비에 나서고 있다. 올해 8월 말 임기가 만료된 김영산 사장은 지난 3년 동안 경쟁력 하락과 인사 적체 문제를 해결하진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 수장의 리더십을 통해 GKL에게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