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브랜드인 중국의 비야디(BYD)가 한국 승용 전기차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한국은 사실상 비야디가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늦게 진출하는 국가다.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한국 시장과 소비자에 대해 공부하고 분석했다. 선봉장에 선 모델은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3'다.
독특한 점은 비야디가 한국 시장에 중국 현지 딜러사와 동반 진출했다는 점이다. 하모니오토그룹은 중국 최대 자동차 유통기업으로, 비야디가 일본과 동남아, 호주, 유럽 등 주요 국가에 깃발을 꽂을 때마다 항상 함께였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황대갑 대표이사는 하모니오토그룹이 지난해 6월 출범시킨 한국 법인 하모니오토모빌을 이끌고 있다. 황 대표는 21일 딜사이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비야디의 한국 진출은 중국차의 침공이 아니다"며 "정체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고,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을 이겨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황 대표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하모니오토모빌은 중국 본토 딜러사가 국내에 진출한 첫 사례다.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으려는 하모니오토그룹과 로컬(현지) 딜러들에게 신뢰를 얻어야 하는 비야디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하모니오토그룹은 중국에서 하이엔드 브랜드를 중심으로 딜러사업을 전개 중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경우 신차는 꾸준히 판매되고 있지만, 브랜드 간 출혈경쟁이 심화되면서 딜러들의 수익성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하모니오토그룹 차원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템 발굴의 필요성을 고민해 왔다.
브랜드(비야디)의 경우 해외에 진출하려면 현지에서 딜러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로컬 딜러사는 100% 확신이 들기 전까지 전면적인 투자가 어렵다. 라인업을 단기간에 갖추기 힘들고, 성공할지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머뭇거릴 수밖에 없고 단계적으로 투자를 하게 된다. 하지만 하모니오토그룹과 같이 현지 딜러가 같이 진출한다면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있다.
-현지 딜러사인 만큼 한국 딜러사에 비해 유리한 점이 있을 것 같다.
▲하모니오토모빌의 역할은 정해져 있다. 비야디에서 어느 지역을 맡으라고 하면 우리는 그 지역을 맡으면 되고, 투자를 진행하라고 하면 계획된 투자를 이행하면 된다. 하모니오토그룹이 현지 딜러사이기 때문에 비야디로부터 특별히 정책적 혜택이나 배려를 받지 않는다.
중국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어느 나라보다도 자본주의적이고 물질주의적이다. 단순히 '민족주의' 때문에 제품을 사지 않는다. 이렇게 치열한 중국에서 판매된 친환경차 100대 순위를 살펴보면 비야디 차종이 모두 순위권에 올라가 있다. 하모니오토모빌의 역할은 비야디가 왜 중국에서 인정받고 소비자 선택을 받았는지를 잘 이해하고, 이를 한국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다.

-강서점을 시작으로 용산점과 제주점 총 3개의 전시장을 오픈했다. 직원은 몇 명인지.
▲현재 판매하는 모델이 아토3 한 차종 뿐이라 영업 직원을 기준으로 강서점과 용산점은 각각 6명, 제주점은 4명 총 16명이 근무 중이다. 신차 출시에 따라 조직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전시장 오픈 첫 날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객 응대에 일손이 부족하기도 했다. 추가 채용을 해야 하는지 행복한 고민 중이다.
-추가로 전시장 오픈 계획이 있는지.
▲비야디코리아는 현재 15개의 전시장을 운영 중이며 향후 70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모니오토모빌은 가시적으로 올해 상반기 중 마포와 김포에 전시장을 열 예정이다. 어떤 지역이든 비야디코리아의 운영 계획에 맞춰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DT네트웍스(도이치모터스)와 삼천리EV(삼천리그룹) 등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렌터카 이용률이 높은 제주도 지역의 딜러권 확보가 어찌 보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처럼 보인다.
▲제주렌터카 시장은 롯데렌탈과 SK렌터카 등 전국 단위로 운영하는 업체와 현지 업체로 나눌 수 있다. 대기업 렌터카 업체의 경우 본사에서 신차를 대량 구매한 뒤 각 지사로 보낸다. 비야디코리아를 통해서 직접 구매할 수도 있고 딜러사를 이용할 수도 있는데, 사실상 비야디코리아의 6개 딜러사가 모두 경쟁하는 셈이다.
제주도 내 현지 렌터카 업체는 1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현지 업체가 제주 전시장을 통해 신차를 계약하면 비야디가 직접 공장에서 제주도까지 신차를 배송해 준다. 도내 딜러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고객 관리에 소홀할 수 없다. 영업도 열심히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아토3의 매력은 무엇인가.
▲일각에서는 비야디가 '핫'한 최신 모델이 아닌 아토3를 첫 판매 모델로 선정한 배경을 궁금해 한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라도 신규 시장에 진입할 때는 품질 부분에서 가장 검증된 차를 선택한다. 처음부터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아토3는 출시 2년이 지난 차지만, 비야디 라인업 중에서 가장 검증된 모델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에 출시된 아토3는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를 거쳐 디자인이 개선됐을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등도 최신으로 업데이트가 진행됐다. 실제로 작년에 중국에서 본 아토3보다 더 이쁘다.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첫 출시용 차로 전혀 부족하지 않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배터리의 '셀투바디' 기술이다. 셀투바디는 LFP(인산철)배터리를 차체에 바로 탑재하는 기술이다. LFP배터리의 경우 NCM(니켈·코발트·망간)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가격 경쟁력을 가진다는 특징이 있다. LFP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하는 셀투바디는 배터리를 단단하게 만들어 차체와 일체화시키고, 공간 활용성이 높아진 덕분에 배터리를 더 많이 장착해 주행거리를 늘렸다.

-연내 출시되는 중형 전기 세단 '씰'과 중형 전기 SUV '씰라이언7'에 대해 미리 소개해 달라.
▲실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전기차는 중형차 이상으로 커질 필요가 없다. 현재 판매되는 중형 전기차의 휠베이스(축거)는 2900mm가 넘는다. 국산 베스트셀링 준대형 세단의 경우 2900mm가 안 된다. 씰과 씰라이언7은 모두 2900mm가 넘는 휠베이스를 확보하며 여유로운 공간을 구현했다.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비야디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플랫폼 3.0'이다. 모터와 컨트롤러, 인버터 등 모든 전기 제어 유닛과 관리시스템을 모듈화해 하나의 패키지에 넣는 것으로, 비야디의 전기차 기술력이 담겨 있다. 100만대 이상 판매된 아토3를 통해 한국 고객이 믿고 탈 수 있는 차라는 점을 보여드리고, 가장 최신의 기술력이 집약된 씰과 씰라이언7으로 한국 소비자를 공략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소비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다. 먼저 비야디의 승용차 출시는 '침공'이 아닌, 한국 자동차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다. 한국 자동차 시장은 2020년 160만대를 돌파하기도 했지만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이런 시장이 다시 한 번 성장할 수 있는 계기는 '전기차의 대중화'라고 생각한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도록 경쟁력 있는 전기차가 많이 출시돼야 한다.
중국산에 대한 오해도 있다. 한국 소비자들이 중국산 제품에 가지고 있는 선입견은 그동안 '저가'에 치중된 비즈니스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8일 제주 전시장 오픈 행사가 끝난 뒤 마련된 식사 자리에서 류쉐량 BYD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영업사업부 총경리가 10년 전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주도에서 개최된 '국제전지가동차엑스포'에서 차량을 전시했을 당시만 해도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전기차로 전기포트에 물을 끓여 커피를 제공했는데, 10년 뒤 전 세계적인 메이커로 성장했다는 사실에 울컥한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소비자들이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다. 직접 체험하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황대갑 하모니오토모빌 대표는 누구?
자동차 세일즈 전문가로 평가 받는 황 대표는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황 대표는 중고차 전문업체 오토큐브에서 약 2년 가량 근무하며 자동차 유통 시스템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 이후 황 대표는 르노코리아로 적을 옮겼으며, 지난해 6월까지 근무했다. 그는 르노의 프랑스 본사와 중국 법인 등에서 네트워크 개발과 세일즈, 사후관리(AS)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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