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의 궁극적 목표 중 하나는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이다. 비은행 계열사의 성장은 다양한 금융 분야에서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시너지를 내기 위한 필수요건으로 자리 잡았다.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은 국내 금융그룹 중 가장 완성형에 가까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고 평가받는다. 딜사이트는 두 금융그룹이 거느린 주요 비은행 계열사의 현황 및 기여도 등을 비교·분석했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캐피탈사는 금융그룹에서 드러나지 않은 전력 중 하나다. 업권 자체는 경쟁 심화로 성장이 쉽지 않지만 금융그룹 계열 캐피탈사들은 그룹 시너지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해 왔다. KB캐피탈은 자동차금융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이어가며 부침 없는 성적표를 내밀고 있다. 투자금융에 주력해 온 신한캐피탈은 꾸준한 순익 성장세로 그룹 내 효자 노릇을 해왔지만 최근 외부 경영환경 탓에 부침을 겪는 모습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캐피탈은 지난해 22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전년대비 19.0% 증가하면서 1년만에 2000억원대로 다시 올라섰다. 앞서 KB캐피탈은 2021년 2099억원, 2022년 217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신한캐피탈은 지난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신한캐피탈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169억원으로 전년대비 61.5% 감소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중심으로 부실채권이 늘어난데다 관련 이자이익 및 유가증권 관련 손익 축소 등이 실적 전반에 타격이 됐다.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의 비은행부문 계열사 전체 실적에서 신한캐피탈과 KB캐피탈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고정적으로 창출해 왔다는 측면에서 기여도는 절대 낮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KB캐피탈(옛 우리파이낸셜)은 2014년 KB금융에 인수된 후 본격적인 사업행보를 시작했다. KB캐피탈은 이전부터 사업의 핵심이었던 자동차할부금융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성장전략을 수립했다.
그 결과, KB금융그룹 편입 첫해 326억원에 머물렀던 연간 당기순이익은 3년만인 2017년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2020년까지 점진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다 중고차거래 플랫폼 'KB차차차'와 기업금융 비중 확대 등을 통해 2000억원대 당기순이익 고지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신한캐피탈 역시 투자금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지속적으로 실적을 키워왔다. 2020년대 들어서는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2018년 1034억원 ▲2019년 1260억원 ▲2020년 1606억원이던 신한캐피탈 당기순이익은 2021년 2749억원으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이후 2022년 3033억원, 2023년 3040억원으로 2년 연속 3000억원대 순익을 창출해 신한금융그룹 내 숨은 공신으로 떠올랐다.

다만 지난해 실적이 급격히 꺾인 만큼 신한캐피탈의 당면 과제는 수익성 회복이다. 이 때문에 당장은 부실채권 정리를 중심으로 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한캐피탈에서 발생한 부실채권 규모는 약 2000억원 수준에 이른다. 새롭게 선임된 전필환 사장 역시 당장 수익 개선보다는 건전성에 방점을 둔 내실경영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KB캐피탈은 올해 역시 점진적인 개선세를 이어 나갈 전망이다. 올해 2년차를 맞은 빈중일 사장은 자동차금융 외에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포트폴리오 균형성을 더욱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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