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자닌 발행 상장사현금 곳간 넘치는 리파인, 6% 이자 EB 발행 '눈길'

[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코스닥 상장사 '리파인'이 최대주주 리얼티파인을 대상으로 6%의 이자가 설정된 교한사채(EB)를 발행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현금 곳간이 넉넉한 상황에서도 통상적인 금융사 차입보다 높은 이자를 지급하면서까지 단순 운영자금 목적의 자금 조달에 나섰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리파인은 지난 18일 리얼티파인을 대상으로 '제1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EB로 활용되는 주식은 리파인이 보유한 자기주식으로, 발행 규모는 355억원이다. 리파인은 EB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인력 충원 및 B2C 플랫폼 강화 등 운영·기타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EB 발행 대상자가 최근 리파인의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린 리얼티파인이라는 점이다. 최대주주 변경 이후 첫 행보가 메자닌 발행인 셈이다. 앞서 리파인의 최대주주는 이달 2일 이길재 대표 외 4인에서 리얼티파인으로 변경됐다. 리얼티파인은 LS증권과 스톤브릿지캐피탈의 컨소시엄으로, 리파인 인수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시장에서는 리파인의 현금성자산 등을 고려할 때 이번 EB 발행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리파인은 부동산 권리전세대출 및 담보대출 서비스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현재까지 무차입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리파인의 현금성자산은 1308억원이며, 단기차입금은 없다. 이 기간 유동부채는 102억원에 불과하다.
실적 역시 꾸준하다. 2017년 말부터 2024년 말까지 단 한번의 적자 없이 호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20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금융권 차입도 실적과 신용평가 등급(AA)을 고려할 때 충분히 조달 가능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리파인 안팎에선 이번 EB와 관련해 각각 6%로 설정된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 차입 금리보다 다소 높은 수준인 탓이다. 6%의 이자율은 지난해 리얼티파인이 리파인 인수에 나섰을 당시 기관출자자(LP)들과 이미 협의가 됐었던 사항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리얼티파인 관계자는 "10%의 이자로 EB가 발행되는 경우도 있어 (6%의 이자는) 높은 건 아니다"라며 "EB 발행을 결정한 건 지난해 말인데, 당시 금리는 지금 보다 더 높았던 시점"이라고 말했다.
EB를 인수한 리얼티파인은 이른 시일 내 교환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교환권 행사는 발행 후 한달 뒤부터 가능하다. 다소 이른 시점부터 교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가 상승 시 교환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리얼티파인 관계자는 "교환권 행사는 당연히 할 예정인데,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변수는 주가다. 교환권 행사 의지와는 별개로 현재 주가가 교환가액을 밑돌고 있어서다. 지난 18일 종가 기준 리파인의 주가는 1만2790원으로, 올해 교환가액(1만4709원) 수준까지 오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이 때문에 리얼티파인은 교환권 행사 시기를 두고는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EB 발행과 관련해 긍정적으로 여겨질 요소가 아예 없지는 않다. 애초 리파인이 자사주를 매각해 현금화할 계획이었다면 EB 발행이 장내매도보다 나은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장내매도 시 주가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EB를 통해 주식을 취득할 시 이 같은 우려에서 자유롭다.
시장에서는 교환권이 행사될 경우 리파인이 배당에 나설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배당금 지급 시 리얼티파인은 배당금의 절반 가량을 수취할 수 있어서다. 교환권을 행사 시 리얼티파인의 리파인 지분율은 이달 4월2일 기준 34.05%에서 47.96%로 상승할 전망이다.
딜사이트는 넉넉한 현금 보유고에도 EB를 발행한 이유와 배당 가능성 등을 묻기 위해 리파인 측에 문의하고자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리파인 관계자는 "공시로만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