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건전성 점검
한양증권, 부동산 PF 위기 속 '기회' 찾나
우발부채 '0'…타 증권사와 반대 행보, PF 사업 '확장 중'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6일 07시 5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리스크 관리를 위한 충당금 적립 강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에 따른 손실 인식 등을 주문하면서 증권사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단계적으로 충당금 적립을 확대하고 우량 사업장 선별을 위한 기준을 강화하는 등 부동산 PF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다만 실적 저조에 따른 재무 부담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딜사이트는 자본적정성·자산건전성 등 지표를 통해 증권사들이 리스크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한양증권 본사. (사진=딜사이트)

[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한양증권이 부동산 시장 한파에도 우수한 자산건전성을 뽐내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를 견디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른 시기 보유 PF를 셀다운(Sell-Down) 하거나 매입약정을 처분하는 등 선제적 대처에 힘쓴 결과로 풀이된다. 한때 특색이 없다고 비판받았던 한양증권의 보수적 운영 기조가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양증권은 현재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우발부채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양증권의 우발부채는 지난 2023년 3분기 452억(자기자본 대비 9.4%)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PF 관련 우발부채를 모두 청산했다. 부동산 경기 악화를 감지하자마자 적극적으로 우발부채 관리에 나선 결과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 한양증권이 중소형 증권사 중 부동산 PF 위기에 가장 잘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양증권이 가지고 있던 우발부채가 모두 매입보장형 PF였던 점이 수월한 위기대응을 가능케 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보유 중인 매입확약형 PF의 경우 시행사가 대출 상환에 실패하면 증권사가 대신 대출금을 갚거나 차환 부족분을 매입할 의무를 갖지만, 매입보장형 PF는 미매각된 PF 관련 유동화증권(ABCP, APSTB)만을 매입보장(유동성공여)하면 돼 부담이 덜하다. 한양증권은 장외파생상품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지 못해 매입보장형 PF 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는데, 이런 상황이 오히려 부동산 PF 리스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한양증권의 자산건전성이 오랜 기간 양호한 수준으로 유지된 점도 눈에 띈다. 특히 한양증권의 요주의이하자산과 고정이하자산은 2018년부터 2023년 3분기까지 거의 변동이 없었다.


타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순요주의이하비율이 10~20%대에 이르고 있어 대규모 추가 충당금 적립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한양증권은 지난 5년간 0%대의 순요주의이하비율을 유지하고 있어 올해 금융감독원이 부실 부동산 PF 정리에 속도를 내더라도 재무적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한양증권 전반의 보수적 운영 기조가 최근 발생한 부동산 PF 위기 대응에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부문의 수익 증가에 발맞춰 브릿지론 비중을 크게 늘려나간 타 중소형 증권사와는 달리, 한양증권은 당장의 이익 시현보다 잠재적인 위험을 우선적으로 줄이는 방식의 운영 기조를 유지해 온 덕분이다. 최근에도 한양증권은 2023년 3분기 기준 현금·국공채 등 저위험자산의 비중을 전년동기대비 각각 6%, 13% 끌어올리며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한양증권 손익 관련 지표 추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그 결과 한양증권의 손익 관련 지표는 부동산 PF 위기 속에서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회사의 영업이익은 지난 2020~2021년에 비해 감소했지만, 2022년 말 대비 2023년 3분기 영업이익은 오히려 증가하는 등 이미 회복 추세에 들어섰다. 특히 총자산이익률(ROA)은 지난 5년간 업계 평균을 밑돈 적이 없어 안정적인 경영이 돋보인다는 부분이다.


한양증권은 지난 2018년부터 IB부문 인력을 크게 늘리며 사업 규모를 키웠지만, 인수주선 등 부담이 적은 부문 위주로 사업을 확장해 부동산 시장 악화로 인한 충격이 크지 않았다. 실제로 한양증권의 누적 영업순수익은 2020년 말 2937억원에서 2023년 3분기 1166억원으로 크게 줄었지만, 인수주선 부문 수수료 수익은 같은 기간 각각 390억원, 260억을 기록하는 등 감소세가 덜했다. 


다만 현재 재무제표상에서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으로 분류된 부동산개발사업 관련 사모사채(매입대출채권) 평가액이 2022년 말 980억원에서 2023년 3분기 910억원으로 줄어들며 63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이는 한양증권의 매입보장약정 채무보증액인 452억원에 약 2배에 달하는 규모인데, 차후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유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밖에 한양증권의 최대주주가 교육법인인 한양학원(16.3%)으로 지배회사의 지원이 용이하지 않고, 높은 배당성향(2022년 기준 41%)을 유지하고 있어 이익의 내부 유보를 통한 자기자본 확대가 제한적인 부분은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의 총위험액은 자산운용규모 증가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반면, 영업용순자본 증가율이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양증권의 총위험액은 2019년 675억원에서 2023년 3분기 1255억원으로 85% 늘어났으나 영업용순자본은 같은 기간 2570억원에서 3809억원으로 4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권업계가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를 위해 관련 조직 통폐합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한양증권이 PF 사업부의 인력을 늘리고 있는 점은 이색적이다. 타 증권사가 부동산 PF 사업 규모를 줄이고 전통IB 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양증권은 하이투자증권과 BNK투자증권 출신 부동산 금융 전문가들을 속속 영입하고 있다. 한양증권은 회사가 갖추고 있는 우호적인 부동산 PF 영업환경을 바탕으로,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영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철저한 리스크관리를 통해 우발부채 비율을 관리하고 있다"며 "최근 부동산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기존에 해오던 사업 영역을 강화하고, 우수 인력을 지속해서 충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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