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쌍용C&E(쌍용씨앤이)가 추진 중인 순환자원사업이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했다. 해당 사업을 담당하는 주력 자회사 2곳이 설립 이후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쌍용씨앤이의 나머지 계열사들도 적자폭을 대폭 줄이며 사업 안정화에 힘을 쏟고 있다.
◆ 환경자원부문, 매출 비중 적지만 이익률 '최고'…2개 자회사 '흑전'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쌍용씨앤이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6957억원과 영업이익 190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9.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2%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시멘트사업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82.1%에 달하는 1조3927억원을 달성했다. 환경자원사업(순환자원)과 기타사업은 각각 7.4%(1247억원), 10.5%(1784억원)의 매출 비중을 보여줬다.
액면 상으로 환경자원사업은 쌍용씨앤이 각 사업부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가장 미미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실제로는 가장 높은 이익률을 내고 있다. 시멘트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11.6%(영업이익 1758억원)로 나타났으며, 환경자원부문은 이보다 7.5%포인트(p) 높은 19.1%(영업이익 399억원)로 집계됐다. 기타부문의 경우 이익률은 3.1%(영업이익 60억원)에 그쳤다. 특히 환경자원사업 영업이익률이 2023년 말 14.3%였다는 점에서 1년 새 4.8%p 상승했다. 이 기간 시멘트부문과 기타부문이 0.4%p, 13.%p씩 확대된 점과 비교하면 유독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환경자원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2021년 출범한 자회사 4개사 중 2개사가 사상 첫 영업흑자를 달성했다는 점이다. 현재 쌍용씨앤이는 중간지주사 역할의 그린에코솔루션을 중심으로 ▲그린에코사이클 ▲그린에코넥서스 ▲그린에코로직스를 거느리고 있다. 그린에코사이클은 폐기물 중 재활용이 가능한 가연성 수지류를 특허 받은 파쇄·분쇄 기술을 활용해 대체연료로 만든다. 그린에코넥서스도 폐기물 중 가연성 물질을 골라 내 고형연료(SRF)로 재활용한다. 그린에코로지스는 폐기물 운반을 맡고 있다.
먼저 그린에코사이클은 지난해 매출 545억3999만원과 영업이익 31억219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2.2% 늘었고, 영업이익은 설립 이래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그린에코넥서스의 경우도 매출은 30.3% 성장흔 379억516만원으로 나타났으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37억5410만원에서 7억5922만원으로 플러스(+) 전환했다. 그린에코솔루션의 경우 아직 영업손실을 내고 있지만, 적자 규모를 80% 넘게 축소시켰다. 그린에코로직스도 적자폭이 53% 가량 줄었다.
◆ 1988년 첫 진출 '노하우 축적'…2030년 순환자원 대체율 90% 목표
쌍용씨앤이는 1962년 쌍용양회공업으로 설립됐다. 한때 재계 순위 6위에 올랐던 쌍용그룹의 모태이기도 하다. 쌍용씨앤이는 1997년 외환위기(IMF) 이후 금융경색에 시달렸고, 2000년 일본 태평양시멘트로부터 외자유치를 받아 최대주주로 맞았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쌍용씨앤이 최대주주에 오른 것은 2016년이다. 한앤컴퍼니는 쌍용씨앤이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돌입했다. 2021년 단행한 사명 변경은 한앤컴퍼니의 강한 의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쌍용'은 그대로 가져가되, 시멘트의 'C'와 환경의 'E'를 활용했다.
특히 쌍용씨앤이는 단순 시멘트 제조사에서 탈피하기 위해 '종합환경기업'이라는 정체성을 재정립했다. 이 회사의 환경자원사업 진출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쌍용씨앤이는 철질 등 산업 부산물을 자원화하는 기술 개발을 시작으로 ▲1994년 재활용사업 전담조직(환경자원사업팀) 구성 ▲1996년 폐타이어 재활용 ▲1998년 폐합성수지, 재생연료유 재활용 ▲2004년 농촌폐비닐 재활용 ▲2011년 폐합성수지 이물질 복합선별기 개발 및 특허 취득 ▲2019년 순환자원 재활용 증대를 위한 생산혁신공사 등의 과정을 밟으며 고도의 역량을 쌓아왔다.

하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았다. 쌍용씨앤이의 환경자원사업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평균 매출은 469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해당 사업 매출은 2020년부터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했고, 2021년을 기점으로 1000억원을 훌쩍 웃도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쌍용씨앤이는 내부적으로 설정한 경영비전 달성에도 전사 차원의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앞서 쌍용씨앤이는 오는 2030년까지 시멘트 제조 연료이던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을 100% 활용하기로 했다. 업계 최초의 '탈석탄 경영'이다. 2023년 말 기준 순환자원 연료 대체율은 39.2%였으며, 순환자원 부원료 대체율은 69.6%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체율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공정개선 효과가 더해지면서 50%를 넘은 것으로 확인된다. 쌍용씨앤이는 중장기적으로 순환자원 연료 대체율을 2030년 9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 완전 안정화까진 시간 필요…전방산업 침체 등 비우호적 환경 조성
한편에서는 쌍용씨앤이의 환경자원사업이 완전히 자리 잡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건설경기 침체로 시멘트산업이 침체되고 있는 데다, 폐기물을 만들어 내는 석유·정유화학 업계의 경우 올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적지 않아서다.
예컨대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2월까지 시멘트 내수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5% 갑소한 445만톤(t)으로 나타났다. 최대 판매를 기록한 2023년 712만톤과 비교할 때 38% 가량 위축된 규모다. 문제는 판매 부진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업계는 올해 내수 목표로 제시한 4000만톤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석유·정유화학 업계는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하고 있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 집권으로 화학 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등으로 유가가 안정돼 국내 업체들의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제마진 악화와 공급 과잉에서 촉발된 경쟁 심화, 고환율에 따른 원가 상승 등은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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