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최근 친분이 있는 A병원장과 저녁자리를 가졌다. 꽤 오래 전부터 연을 맺은 사이였기에 가족들 안부와 병원 운영 등 사적인 대화와 함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따른 의료계의 혼란 상황에 대해 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갑자기 A병원장이 '갤럭시 링'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어떤 기능들이 탑재되고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등의 설명을 이어갔지만 솔직히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말은 "삼성의 헬스케어 사업이 어디까지 커질지 솔직히 무섭다"였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한 '갤러시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 인공지능(AI)과 새로운 제품 형태를 결합한 갤럭시 링을 공개했다. 갤럭시 링은 사용자의 심박수, 혈압, 산소포화도, 수면 품질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기능을 가진 가졌으며 7mmx2.6mm 크기에 무게는 2.3~3.0g에 불과하다.
사실 심박수, 혈압, 산소포화도, 수면 품질 등 건강 상태를 측정은 기존에 출시된 갤럭시 워치에서도 가능했다. 갤럭시 링이 주목받는 이유는 워치에 비해 길어진 사용 시간과 착용 부위다. 손가락에 끼기 때문에 손목에 착용하던 워치보다 피부에 더 밀착해 보다 정확한 건강 정보 측정이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50만원에 달하는 가격도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개인이 한 번에 구입할 경우 부담을 느낄 수 있지만 건강과 관련한 상품에 구독 경제 서비스를 결합하면 낮은 가격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보험이다.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대비하기 위해 보험 가입 또는 갱신을 고려한다. 반면 보험사는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최대한 건강한 고객을 유치하려 노력한다. 보험사들이 이들에게 높은 보험료를 책정하는 대신 링 착용을 통해 양호한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면 보험사와 가입자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다. 국내 보험가입자 수를 고려한다면 갤럭시 링의 수요가 생각보다 더 커질 수 있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건강보험 급여 적용에 따른 구매 지원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매년 정부가 만성질환관리에 막대한 예산을 쓰는 상황에서 갤럭시 링의 유효성이 명백히 확인된다면 급여권 진입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 경우 삼성은 보다 폭넓은 연령층의 건강 정보를 대규모로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물론, 사용자 동의 및 비실명 처리 등이 전제되지만.
박헌수(혼팍, Hon Pak)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디지털헬스 팀장은 현지시간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은 웨어러블 기기로 측정한 데이터를 진단에만 그치지 않고 의사들에게 전달해 이후 환자를 돕는 헬스케어 서비스로 적용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센서 기술에서 끝나는지 않고 의료서비스 전체를 아우르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이 구축하고 있는 의료기관(삼성서울병원), 의약품 생산(삼성바이오로직스) 및 개발(삼성바이오에피스) 등 헬스케어 포트폴리오를 보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비전으로 보인다. 여기에 갤럭시 링이 또 하나의 무기로 등장했다. 단순히 라인업 추가를 넘어 삼성의 헬스케어 비전을 앞당길 마법의 반지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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