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삼성디스플레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자타공인 'K-디스플레이' 제조사다. 모회사인 삼성전자 갤럭시 외에도 애플 아이폰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에 들어가는 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은 모두 삼성디스플레이가 납품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높은 평가를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철저한 관리 역량이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의 매출은 34조2983억원, 매출원가는 24조899억원이다. 비용 절감을 통해 매출원가율은 지난 2020년 81.1%에서 2021년 73.3%, 지난해에는 70.24%까지 떨어졌다.
최근 3개년 평균 삼성디스플레이 영업이익률은 12.67%에 달한다. 높은 마진을 기반으로 차곡차곡 현금 곳간을 쌓아 재무 건전성도 탄탄하다. 지난 2월 모회사 삼성전자에 20조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빌려줄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를 함께 이끄는 LG디스플레이와는 최근 사정은 삼성디스플레이와 다르다. LG디스플레이는 TV 명가로 불리는 LG전자에 패널을 납품하면서 대형 W-OLED 패널을 중심으로 매출을 내왔다. 이에 반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소형 패널에 집중했다.
전방 업체 온도가 다른 만큼 삼성디스플레이가 집중한 소형 대비 LG디스플레이가 주력해 온 대형 패널은 수익성이 저조하다. TV용 OLED 패널 같은 경우는 중국이 이끄는 액정표시장치(LCD) 제조사와 치열한 판가 경쟁까지 펼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두 자릿수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동안 LG디스플레이는 적자를 면치 못한 이유다.
그런데 삼성디스플레이 내부에서도'이재용 패널'로 불리는 아픈 손가락이 있다. 그리고 그 아픈 손가락은 LG디스플레이가 겪고 있는 아픈 사연과 동일하다. 오너 이름을 딴 별칭으로 더 유명한 퀀텀닷(QD)-OLED 패널은 수율이 90%가 넘을 정도로 기술력이 안정적이지만 정작 관련 사업은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적자 원인은 복합적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TV용 QD-OLED 패널 규격은 3개(55‧65‧77인치), 연간 생산량은 200만대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 TV용 W-OLED 패널의 연간 생산량과 비교하면 5분의 1 정도다. 고정 비용이 높은 반면에 생산량은 적다. 패널을 모두 팔아도 이익을 볼 수 없다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QD-OLED 관련 사업이 분기별 평균 3500억원, 연간으론 조단위 적자가 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적자 규모에 놀란 이재용 회장이 상황 설명을 요청하는 해프닝이 있었다는 후문도 있다. 전문가들은 "QD-OLED 패널의 높은 원가를 소화할 수 있는 세트 업체가 없기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서는 단가를 깎아서라도 판매할 수밖에 없다. 만든 걸 전부 팔아도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유일한 해법으로는 '규모의 경제'가 언급된다. 식상한 해법이 가장 정확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 물량을 늘리고 판가를 떨어트려 세트 업체의 시장인 OLED TV 시장을 키우다 보면 결국 손익분기점(BEP)까지 다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애초에 삼성 그룹도 단기간 내 승부를 보려는 생각은 아니었든 듯하다. 지난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5년까지 미래 수익원인 QD-OLED 패널에 1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금껏 이뤄진 투자는 아산 사업장 Q1 생산라인에 투입된 3조원 뿐이다. 이 회장의 말이 현실이 된다면 투자할 수 있는 실탄은 아직 10조원이 남아있는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큰 손 중 하나인 애플도 새로운 제품을 끌어올릴 때마다 더 품질 좋은 패널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TV용 대형 패널에 자금을 쏟아붓는 건 도박처럼 느껴질 수 있다. 오랜 친구이자 경쟁자인 LG디스플레이가 적자에 허덕이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
옳고 그름을 속단하기 어려운 시기다.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고 사업 실패를 논하기에도 지금은 너무 이른 시기다. 이재용 회장과 삼성디스플레이가 나서 QD-OLED 패널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결정한 목적이 분명 있을 것이다. 시장 개화 시기까지 적어도 약속한 투자 규모 만큼은 끊임없는 지지와 인내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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