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 주담대 뇌관]
부동산 규제 완화 틈타 대출 늘린 은행권
②비대면 주담대, 만기연장·한도상향·저금리로 문턱 낮춰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3일 14시 2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춤했던 가계 빚이 4월 이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다시 빠르게 불어나면서 한국 금융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축소하기는커녕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국제 기구를 비롯해 경고음이 이어지고 있다.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불어나면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경제도 침체할 수밖에 없어 디레버리징(축소)가 시급한 상황이다. 딜사이트는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 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주담대에 대해 분석한다. [편집자주]


출처=뉴스1

[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올해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면서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작년부터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되자 이를 틈타 비대면 주담대 한도를 두 배로 늘리고 만기도 50년으로 연장했다. 소비자들이 손쉽게 보다 많은 금액을 대출받을 수 있게 되자 주담대 취급액도 폭증했다. 이에 더해 금리상승기임에도 인터넷은행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저금리 주담대를 공급하면서 정부의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축소)과 엇박자를 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비대면 한도 5→10억 상향…만기도 35→50년 연장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동산 대출규제가 완화하자 은행권은 비대면 주담대 한도를 두 배로 늘렸다. 비대면 주담대가 처음 출시된 2021년에는 하나은행의 '하나원큐 주택담보대출', 우리은행의 '우리원(WON)주택대출',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 등의 대출 한도가 5억원이었다. 그러나 규제가 완화된 작년부터 신한·하나은행은 10억원으로 한도를 올렸다. 국민은행의 'KB주택담보대출'도 한도가 10억원이다. 



카카오뱅크는 2022년 2월 주담대를 출시할 당시 한도를 6억3000만원으로 선보였으나 같은 해 4월 초 10억원으로 상향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실수요자를 우선 지원하기 위해 당시 고가주택 기준에서 벗어난 '9억원 미만' 건물을 대상으로 해 최대 대출 가능금액을 6억3000만원으로 설정했다"며 "2021년 말 고가주택 기준이 12억원 이상으로 변경하면서 한도를 상향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담대 만기를 늘려 실질적인 한도도 늘렸다. 2년 전만해도 35년이었던 주담대 만기는 올 들어 50년으로 15년이나 늘어났다. 은행들은 작년 40년으로 주담대 만기를 늘린 데 이어 올해 50년 만기 주담대를 선보였다. 수협은행이 지난 1월 처음으로 50년 주담대 상품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 7월 농협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도 줄줄이 선보였다. 


만기가 긴 주담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 대출 만기가 늘어나면 대출자는 매달 내야 하는 월 상환액이 줄어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연봉 5000만원인 차주가 연 4.4% 금리로 주담대를 받을 경우 40년 만기일 경우 최대 3억73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50년으로 늘리면 대출 한도가 4억300만원으로 3000만원 늘어난다. DSR은 연소득에서 연간 원리금 총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은행권은 40% 미만으로 제한돼 있다.


대출 여력이 늘어나자 대출이 필요했던 차주들의 인기를 끌었다. 5대 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액은 출시 한 달 새 1조3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늘어났다. 가계부채 증가세에 부채질을 한 셈이다.


그러나 만기가 길면 차주들이 부담해야 할 총 이자가 늘어난다. 3억원을 40년 만기 연 5% 금리로 대출받을 경우 총이자는 3억9436만3105원이지만, 만기가 50년일 경우 이자 규모가 5억1744만9784원으로 1억2308만원을 더 이자로 납부해야 한다. 


당시 대부분의 은행에서 50년 만기 주담대에 연령 제한을 두지 않아 청년층보다 중장년층에 더 많이 공급됐다는 점도 문제다. 50년 만기 주담대의 40∼50대 비중은 57.1%를 차지한 반면, 20~30대는 29.9%뿐이다. 60대 이상 고령층도 12.9%나 차지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60대 후반 고객에게도 판매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60대 후반 고객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이용하면 120세가 넘도록 빚을 갚아야 한다. 


◆ 금리 인상기에도 '저금리'로 주담대 고객 유치 경쟁


금리 인상기를 맞아 1월부터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5%로 올라갔음에도 인터넷은행들은 3%대 '저금리' 주담대를 공급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올 2분기 나홀로 3%대 금리로 주담대를 월 1조원씩 공급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주담대 출시 당시부터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 이상 낮은 3%대 금리를 제공했다. 올해 2월에는 주담대 대환 고객을 대상으로 0.3%포인트(p)를 할인해주고  최저 연 3.57%에 이용 가능한 1조원 규모 특판 이벤트도 진행했다. 케이뱅크도 올 들어 4차례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하며 대출을 흡수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서 주담대 잔액이 2개월 새 2조3671억원 늘었다. 카카오뱅크의 8월 말 주담대 잔액은 약 19조3173억원으로, 6월 말(17조3223억원) 대비 1조9950억원(11.5%) 불어났다. 케이뱅크의 주담대 잔액도 6월 말 3조6934억원에서 8월 말 4조655억원으로 3721억원(10.1%) 증가했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라는 취지로 출범한 인터넷은행들이 주담대 확대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자 대출 의무비율 목표치를 매년 정한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는 전체 신용대출의 30%, 32%, 44%를 중·저신용자 대출로 채워야 한다. 다만 중·저신용자 대출비율 산정에 담보대출이 제외되면서 인터넷은행들이 신용대출을 늘리지 않고 주담대만 공격적으로 늘렸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출범 취지인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저버리고 주담대만 폭발적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들의 중·저신용자 대출 잔액은 주담대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의 올 상반기 기준 주담대 잔액은 17조3223억원을 기록했으나 중·저신용자대출 잔액은 3조9184억원에 그쳤다. 케이뱅크도 상반기 주담대 잔액이 중·저신용자대출(1조9806억원)보다 1조7128억원 많은 3조6934억원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연내 중저신용자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중저신용자 대출을 누적 10조원 공급했으며 등한시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중저신용 대출 차주들이 금융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중저신용대출 공급량은 꾸준히 늘리고 있다"며 "주담대 금리가 낮아 고객이 몰리기는 했으나 대환 비중이 51%로 신규 취급 비중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으로 인터넷은행을 지목하고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인터넷은행은 신파일러에게 자금을 공급한다는 정책적 목적이 있는데, 지금과 같은 주담대 쏠림이 제도와 합치되는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1000조 주담대 뇌관 2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