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사모펀드(PEF)는 경제적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강력한 인센티브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PEF는 피인수기업의 이사회 또는 거버넌스 효율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창출하려고 합니다. 거버넌스가 좋지 않은 기업의 경우 PE의 타깃이 될 수도 있어요. 따라서 국내 시장에 자발적 거버넌스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외부효과가 발생하게 됩니다."
정지웅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딜사이트 2024 M&A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교수는 이날 'PE와 거버넌스'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정 교수는 먼저 PEF가 피인수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PEF는 태생적으로 바이아웃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목적을 갖는다. 경제적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강력한 인센티브 구조를 가지고 있는 만큼 피인수기업에도 동기부여를 제공한다는 얘기다.
정 교수는 PEF가 피인수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재무적 측면 ▲거버넌스 측면 ▲경영개선 측면 등 크게 3가지 측면으로 분석했다.
재무적 측면에서는 PEF로 인해 최적자본구조가 만들어지고 레버리지 규율효과, 절세 등이 발생한다. 이어 거버넌스 측면에선 경영진 인센티브와 함께 이사회의 적극성 증가 등의 영향이 미친다고 봤다. 경영개선 측면에서는 투자 및 효율성 증대, 매출성장, 마진개선 등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관련해서 다양한 연구 논문을 제시했다. PEF 초창기 연구자인 카플런(Kaplan, 1989년)은 PEF 인수 3년 동안 피인수기업의 영업이익 및 매출이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진 지분이 9%에서 30%로 대폭 증가하며 거버넌스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투자와 고용은 각각 60%, 12% 감소했다. 스미스(Smith, 1990), 리첸버그&시겔(Lichtenberg and Siegel, 1990)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관찰됐다.
최근 연구도 제시했다. Davis, Haltiwanger, Handley, Lipsius, Lerner and Miranda(2021)에서도 피인수기업이 인수 2년간 유사기업 대비 생산성이 향상되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뿐 아니라 타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영국(Harris, Siegel and Wright, 2005), ▲서유럽(Acharya, Gottschalg, ▲프랑스(Boucly, Sraer and Thesmar, 2011), Hahn and Kehoe, 2013), ▲독일(Antoni, Maug and Obernberger, 2019)뿐 아니라 ▲일본(Yeh, 2012), ▲인도(Smith, 2015), ▲한국(Seo, Na, and Kim, 2024) 등에서도 피인수기업의 매출과 수익성이 증가했다.
정 교수는 "요약하면 평균적으로 바이아웃 이후 피인수기업의 매출, 수익성이 증가했다"며 "PEF가 재무적인 성과측면에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산업재해, 환경오염 물질, 공공 인프라 서비스 등 비재무적 성과에 대해서는 긍정적‧부정적 성과가 혼재돼 있다고 했다. 공항과 병원, 음식점, 산업재해, 독성 화학물질 및 이산화탄소 등이 개선됐다는 연구와 함께 요양원 사망자 수 증가, 대학교 인수 후 학생 대출 증가 등 부정적 영향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업종에 따라 비재무적 성과 결과는 혼재하지만 PE의 규제차익(regulatory arbitrage) 전략은 시장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끝으로 PEF가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윤 창출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기업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다.
정 교수는 PEF 인수 이후 피인수기업 경영진 교체가 자주 발생하고(GKM, 2020)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변화(Cornelliand Karkas, 2012)한다고 말했다. 이사 인원수를 줄이고 회의는 짧게 자주 진행하는 식이다.
그러면서 거버넌스가 좋지 않은 기업의 경우 PEF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버넌스 개선이 되지 않으면 인수 대상이 될 수 있고 결국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다"며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거버넌스를 개선하려는 외부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한국시장 특성을 감안하면 사모펀드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고 내다봤다. 해외 기업과 달리 국내 기업은 대주주가 직접 경영에 나서는 경우가 많고 지분 비율도 평균 30%로 높다. 그러다 보니 PEF는 일반적으로 대주주와 협력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기관투자자(LP)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정 교수는 "여러 가지 이해관계로 인해 현실적으로 PEF는 피인수기업의 거버넌스를 건드리기가 어려운 경향이 있다"며 "어렵겠지만 LP가 전문성을 기르는 등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어 "국내 LP의 변화가 없을 경우 PEF는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는 해외 LP를 찾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정 교수는 국내외 사모펀드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한국재무학회 이사, 금융감독연구, International Review of Finance 편집위원을 역임 중이다. 한국재무학회 재무연구 및 재무관리연구, 금융안정연구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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