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해킹 사태보안 뚫린 SKT, 허리띠 더 조인다…재무 타격 불가피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해킹사고 대응에 여념이 없는 SK텔레콤이 '유심 무상교체' 카드를 꺼내들면서 막대한 비용 부담을 지게 됐다. 최근 인공지능(AI) 투자 재원을 마련키 위해 비핵심자산 유동화 작업도 마다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추후 사업·재무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해킹사고를 기점으로 '공짜폰'이 대거 풀리는 등 고객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 역시 곳곳에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익성 저하를 감수하면서까지 사고 수습에 나서는 만큼 추후 경영 다방면서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해킹사고 수습에 따른 막대한 비용 부담을 상쇄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고심 중이다. 단순 사고 수습에서 후속조치까지 관련 비용 규모를 추산키도 어려운 상황에 치달으면서다.
SK텔레콤은 28일부터 전국 T월드 매장 및 공항 로밍센터를 통해 유심 무상교체를 진행한다. 총 교체 대상자인 2300만명이 모두 교체한다는 가정 하에 단순 계산하면 관련 비용 규모는 17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배병찬 MNO AT본부장은 "전체 고객수는 상수지만 투입 비용에는 유심 종류 등 여러 변수가 있어 정확히 책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유심 공급 업체와의 계약까지 껴있는 만큼 추후 비용이 산정되면 공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용 부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번 해킹사고 이후 불안감이 높아진 가입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번호이동 지원금 공세에 나서고 있다. 실제 일명 '성지'로 불리는 일부 대리점서 '갤럭시S25' 등 백만원대를 호가하는 최신 스마트폰을 요금제 가입 조건에 따라 '공짜폰'으로 풀고, 결제 방식에 따라 최대 20만원의 페이백까지 제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본사 차원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관련 의혹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SK텔레콤 번호이동 가입자는 해킹사고 직후인 26일 기준 1666명 줄면서 통신3사 중 유일한 감소세를 보였다. KT와 LG유플러스가 관련 감소분을 흡수한 셈이다. 이미 가입자 감소세가 가시화된 만큼 '주 수익원 지키기'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이번 사고 이후 정보보안 투자 규모가 대폭 확대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앞서 이 회사는 최근 2년 동안 업계서 유일하게 정보보호 관련 투자를 줄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AI 부문선 업계 최고 수준의 투자를 집행해 온 만큼 '정보보안 소홀론'서 자유롭기 어려운 셈이다. 이에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최근 한 정기회의서 정보보호 투자 규모를 '1000억원 이상'으로 증액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도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해킹사고로 꽤나 오랜 기간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며 "즉각 시행한 유심 교체서 그치는 게 아닌, 시장에 퍼진 브랜드 이미지와 기술적 파장을 모두 상쇄하기 위한 다각 투자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즉각적인 사고 수습부터 중장기적인 후속 조치까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면서 회사 재무상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SK텔레콤이 최근 AI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재무 부담이 크게 가중되는 셈이다.
당장 상황도 녹록진 않다. 이 회사는 지난해 밸류업 목표 중 하나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개선했지만, 부채 부담은 한층 가중되면서 재무 건전성에 주의보가 켜졌다. ROE는 연간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자본총계)로 나눠 계산한다. 자기자본 비중을 덜고 타인자본 규모를 늘려 ROE를 개선할 순 있지만, 부채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이자비용 역시 증가하게 된다.
실제 같은 기간 SK텔레콤은 만기가 1년 이내인 유동부채를 31.9% 늘렸다. 금융비용의 경우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15.3%나 증가했다. 부채와 이자비용 규모가 커지면서 타인자본 의존도를 나타내는 재무 레버리지 역시 258%로 11.7% 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는 통신3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주 수익원인 5G 부문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수익성이 지속 둔화 중이란 점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기준 EBITDA 마진이 30.8%로 전년 대비 0.5% 포인트 하락했다. 부채 및 이자 부담을 털어내기 위해선 AI 투자 규모에 걸맞는 수익을 창출해야 하지만, 아직 마땅한 수익원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대규모 해킹 사고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새 수익원' AI를 향한 투자 집중도가 한층 흐려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AI 투자에 이어 사고 수습까지 나서야 하는 SK텔레콤으로선 허리띠를 한층 졸라맬 수 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최근 비핵심자산 유동화하 작업이 이어지는 만큼 관련 움직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SK텔레콤은 최근 5개월 새 4000억원대의 카카오 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SK커뮤니케이션즈 등 자회사 3곳을 매각하는 등 비핵심자산 매각에 주력해 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AI 부문서 선도기업 이미지를 굳혀가던 SK텔레콤이 높은 허들 앞에 섰다"며 "그룹 내 AI 중심부 역할을 도맡고 있는 만큼 전사적인 노력과 리밸런싱 작업으로 재원 확충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당분간 사고경위 및 피해내용 파악과 이에 대한 수습작업에 우선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당장 사고 및 피해내용에 대해 파악된 점이 없는 상태"라며 "이에 따라 1000억원대의 보상규모 추정치도 결정된 사안이 아니며, 재무적 대안에 대해서도 명확히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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