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톡톡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꼼수 있었다”
[이슈 톡톡]① 주총 무산된 이유 들여다보니…현대모비스 분할법인 ‘가치 축소’


[편집자주] 팍스넷뉴스 ‘이슈 톡톡’은 자본시장과 산업계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슈를 짚어봅니다. 애널리스트, 주요 연구소 연구원, 그룹 임직원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만나 딜(Deal),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지배구조, 경영권 분쟁 등 다양한 이벤트의 뒷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딜사이트 정혜인 기자] 작년 한 해 자본시장의 대형 이슈 중 하나는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편’이었습니다. 팍스넷뉴스의 2부에서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 중인 ‘현대자동차 그룹’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현재까지 재벌개혁을 중점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개편작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맡았고 기업들도 이에 화답하며 각종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작년 한 해 주요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는 대부분 해소됐습니다.


딱 한 곳, 현대차그룹은 아직까지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지 못했습니다. 작년 현대모비스 일부 사업부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 및 합병하는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해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반대에 발목이 잡히면서 지배구조 개편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팍스넷뉴스는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을 만나,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Q. 현대모비스의 지배구조 1차 개편, 잠정 중단된 이유는


ㄱ: 주주와의 소통에서 실패한 대표적 예다. 기업 입장만 고려하지 말고 주주들의 입장도 반영해야 했다. 이런 주총이 취소되는 일은 흔치 않다. 그 만큼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볼 수 있다.


ㄴ: 현대차 그룹은 반대의견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일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더라. 총수일가 입장만 생각하다 실패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현대글로비스의 블록딜이 무산된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시장의 의견을 듣지 않은 것으로 안다. 내놓은 물량이 방대했음에도 상대의 조건을 맞춰주지 않은 것이다. 기업금융 업계 사람들은 블록딜도 무산될 수 있다는 걸 이때 처음 알았다고 하더라.


Q. 개편안 문제점은?


1. 분할비율


ㄱ: 시장이 의문점을 가진 부분은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의 분할 및 합병비율이었다. 분할·합병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승계작업에 유리하도록 짰더라. 정 부회장의 입장이 되어보자. 그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정작 현대차 지분 21%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은 별로 없다. 순환출자도 해소하고 현대차에 대한 지배력도 강화하기 위해 현대모비스의 알짜사업을 떼어내서 현대글로비스로 싸게 갖고 와야 한다. 알짜사업을 넘겨야 하는 입장이 된 현대모비스 주주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제값이라도 받고 팔면 다행이다.


정 부회장은 제값을 주고 현대모비스의 알짜사업(모듈, A/S)을 떼어내려 했을까. 아니다.


처음 분할할 때부터 살펴보자. 분할사업부는 전체 영업이익의 71%를 창출해내던 알짜사업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아닌 순자산으로 분할비율을 산정했다. 순자산 기준으로 분할사업부는 전체사업부의 21%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존속법인(투자, 핵심부품)과 분할법인(모듈, A/S)의 분할비율은 0.79대 0.21로 정해졌다.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전체 가치의 70%에 달하는 사업부를 순자산가치를 적용해 21%로 축소한 셈이다.


Q. 개편안 문제점은?


2. 합병비율


ㄴ: 모듈, A/S사업부를 비상장회사로 분할하려 한 점도 문제다. 상장회사로 분할했으면 합병 시 시장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데, 비상장회사로 분할하면서 기업가치를 또 한번 축소시켰다. 비상장회사는 합병가치를 산정할 때 합병규정을 적용한다. 자산가치 40%, 수익가치 60%를 합산해 총 기업가치를 계산한다. 현대모비스 주주 입장에서는 수익가치로 100% 평가받고 싶겠지만, 어쩔 수 없이 60%만 평가받아야 한다.


현대모비스 주주 입장에서 남은 것은 ‘나머지 60%의 수익가치라도 잘 받아보자’다. 현대차그룹은 현금흐름할인법(DCF)을 이용해 합병비율을 계산했다. 여러 분석자료들을 살펴보니 DCF를 이용해 남은 60%의 가치도 축소시켰더라.


Q. 수익가치 평가방법 DCF, 자세히 설명해달라



ㄱ: DCF에 대해 설명하면 잉여현금흐름(FCF)을 적절한 할인율로 할인해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FCF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라면 DCF는 부채 등으로 나가는 비용을 계산해 할인한 수치다.


간단하게, 현대차그룹 문제는 g(성장률)와 r(할인율)만 보면 된다. g와 r이 주관이 개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대차그룹은 분할 사업부의 기업가치를 책정하는 과정에서 g를 과하게 낮추고 r을 과하게 높였다. 분모를 크게 만들어 전체 가치를 축소시키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은 분할사업부의 성장률을 1%대로 잡았다. 이 사업부가 알짜사업이라는 사실을 시장 관계자들이 다 아는데, 성장 가능성을 1%로 잡으면서 g의 값을 크게 낮춘 것이다.


ㄷ: 업계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을 이용해서 계산한 할인율 r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WACC에서 고려할 변수는 자기자본비용과 타인자본비용, 두 가지다.


타인자본비용(부채사용에 따른 이자비용)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의도적으로 신용등급을 낮춰 r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보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용등급이 낮아질 경우 발행 채권의 이자율이 높아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2012년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로부터 AA+ 등급을 받았다. 이후 발행 내역이 없어 신용등급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합병 직전 현대모비스는 A 등급으로 낮춰 회사의 신용등급을 자체 책정했다. 현대모비스는 2005년부터 줄곧 AA급 신용등급을 받아왔다. 신용도에 중요한 재무지표의 변동이 없는데 이번 합병 때 급작스레 A급으로 낮아진 점이 미심쩍을 수밖에 없다.


ㄱ: 그렇다. 기아자동차의 신용등급이 AA+인데 현대모비스가 A인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어쩌면 이때부터 지배구조 개편을 생각했을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분자는 축소시키고 분모값은 확대하면서 전체 수익가치를 대폭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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