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해운,‘脫 SK’ 이후에도 일감 유지될까
SK에너지 부문 계열사 일감 비중 30% 육박

[딜사이트 권일운 기자] 한앤컴퍼니가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인 SK해운의 기업가치는 상당 부분 SK그룹 계열사들의 일감에서 창출된다. 특히 SK그룹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에너지 부문이 특히 SK해운의 실적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한앤컴퍼니 입장에서는 SK해운이 계열분리 되더라도 오랫동안 꾸준히 SK발(發) 일감을 수주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쏟을 수 밖에 없다. 신규 자본을 수혈해 수익 구조를 개선하더라도 꾸준히 매출을 일으켜야 기업가치를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도 SK와의 유대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SK해운은 전체 매출의 30% 안팎을 SK 계열사들의 일감으로 충당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올 상반기의 경우 연결 기준 804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1472억원의 SK에너지와 SK가스의 원유와 LPG(액화석유가스) 운송 사업에서 발생했다. 이들 회사의 자회사나 관계사들도 SK해운이 제공하는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SK해운이 운용 중인 LNG 탱커선(출처 : SK해운 홈페이지)

이같은 매출 구조는 SK해운이 태생한 배경과 연관이 있다. SK그룹이 유공(대한석유공사)을 인수해 한창 에너지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과정에서 시절 상당한 규모의 물류 수요가 발생했고, 물류 부문을 내재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SK해운(당시 사명 유공해운)을 출범시킨 것이다. SK그룹 에너지 부문 계열사들의 수출입 물량 규모는 국내 최상위권에 해당한다. SK해운은 이들 계열사의 일감을 상당 부분 소화하다보니 계열사 매출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갖게 됐다. 상반기와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에만 3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액을 SK에너지와 SK가스로부터 일으킬 수 있게 된다. 전년 매출액(연결 기준)의 26%에 달하는 규모다.


한앤컴퍼니 입장에서는 SK해운이 SK그룹의 품을 떠난 뒤에도 SK그룹과의 끈끈함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해볼 법 하다. 물론 지배구조나 공정거래법 관련 이슈로 대기업이 제 3자에게 계열사를 매각할 때에는 정해진 기간동안 일정 수준의 일감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약정 만료 이후에는 전과 같은 수준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일단 SK해운의 경우 SK그룹 계열사들을 포함한 상당수 화주들과의 장기운송계약 잔여 기간이 10년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만기 이후 갱신이 가능한지, 신규 계약을 얼마나 원활하게 따낼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SK그룹의 일감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는 한앤컴퍼니가 1조5000억원 가량으로 알려져 있는 SK해운 인수 대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투자은행(IB) 시장에 알려져 있는 바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최대 1조원을 대출 형태의 인수금융으로, 나머지 5000억원을 펀드 출자금(에쿼티)으로 충당하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인수 대상 기업의 현금흐름과 이에 따른 원리금 상환 능력을 최우선적으로 평가하는 인수금융 투자자들의 경우 가장 대표적인 안전판에 해당하는 SK그룹 일감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확보될 수 있는지, 기존 계약의 구속력이 얼마나 강한지에 촉각을 곤두세울수 밖에 없다.


다만 SK해운이 최근 수년 사이에 비(非) SK계열 일감을 대거 수주해 오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SK해운은 최근 벌크선사들 사이에서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발전사·광산 기업들과의 장기운송계약을 잇달아 체결해 전체 매출에서 SK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을 해 왔다.


IB업계 일각에서는 한앤컴퍼니가 SK해운 인수 구조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SK그룹과의 유대를 이어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예컨대 한앤컴퍼니가 SK해운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나 프로젝트 펀드(단일 목적 거래를 위해 조성한 펀드)에 SK그룹이 소수 지분을 참여하는 방식을 검토해볼 수 있다. 이 경우 SK해운의 지속적인 성장이 SK그룹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양 측의 이해관계가 동일 선상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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