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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실론 인수 악수였나
영업권 손상차손 1000억…환율변동·긴축경영 기조에 지속성 의문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1일 14시 4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가 지난 2021년 클라우드·데이터 사업 글로벌화를 위해 인수한 엡실론이 이렇다 할 시너지를 내지 못하면서 지난해 1000억원대의 영업권 손상차손을 낸 가운데, 올해에도 이어지는 외부 리스크로 반등이 어려울 것이란 시장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KT]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KT가 2021년 클라우드·데이터 사업 글로벌화를 위해 인수한 엡실론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KT는 지난해 엡실론이 반등하기 어렵다고 판단, 이 회사 인수 당시 책정했던 영업권의 80% 수준에 육박하는 1000억여원을 손상차손 처리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엡실론은 올해 경영진 교체 등을 통해 사업 쇄신을 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올해에도 경기침체·환율변동 등 외부 리스크로 투자 성과가 도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엡실론은 2003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돼 세계 20여개국, 40여개 도시에서 260개 이상의 네트워크 시설(PoP)을 기반으로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연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KT는 지난 2021년 구현모 대표 체제 당시 '디지코' 전략 일환으로 엡실론 지분 100%를 1700억원에 인수했다. 100조원대에 이르는 글로벌 데이터 시장에서 원활한 해외 사업·서비스 확대를 이뤄 나가겠다는 목표에서다. 


하지만 엡실론은 지속되는 경영환경 악화 속에 지난해 1186억원의 영업권 손상차손을 냈다. 앞서 KT가 지난 2021년 엡실론을 1700억원에 인수할 당시 1497억원의 영업권을 책정했던 점을 감안하면 80%대에 육박하는 금액을 상각한 것이다. 이에 KT는 지난해 주력·신사업의 성장에 따른 실적 선방에도 무형자산손상차손 규모(2362억원)가 전년(310억원) 대비 662% 폭등하며 당기순이익이 28.75%나 급감했다. 


특히 영업권 손상차손은 일반자산 차손과 달리 원점으로 되돌릴 수 없어, KT 수익성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엡실론 인수 과정에서 막대한 규모의 웃돈이 발생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엡실론은 최근 경영진을 새로 꾸리며 본격적인 글로벌 사업 확장을 정조준하고 나섰지만, 올해에도 이어지는 외부 리스크에 KT가 대대적인 사업·투자 확대를 추진하긴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시장 관계자는 "올해 고금리, 고환율 개선 기대감에도 국제정세 리스크와 변동이 이어지며 전망이 썩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순이익과 현금창출력 같은 재무 건전성은 물론, 사업 확장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KT는 지난해 환율변동 여파로 지난해 금융수익(4863억원)이 전년(6904억원) 대비 29.56% 감소한 반면, 금융비용은 5687억원으로 전년(7499억원) 대비 24.16% 늘어나며 재무 부담이 한층 높아졌다. 


이러한 외부 요인과 재무적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엡실론 관련 투자를 늘릴 만한 여력도 충분치 않다. KT의 지난해 단기 차입금은 3조586억원으로 전년(1조8270억원) 대비 67.4% 급증한 반면, 현금성자산은 2조8000억원대에 그쳤다. 이외에도 장기 차입금 만기가 도래하고 AI 등 신사업 투자를 늘려야 하는 등 재정적 과제가 산재해 있어 투자·사업 다각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이에 일각에선 김영섭 KT 대표의 긴축 경영 기조를 들며 엡실론 사업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비용 효율화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전임 대표가 추진했던 사업까지 떠안을 이유가 없다는 까닭에서다. 


시장 관계자는 "지난해 김영섭 대표가 취임할 당시 엡실론 등 수익이 나지 않는 회사에 대해 회의적이었다는 후문이 있다"며 "과거 KT가 엡실론 인수 후 추진하려 했던 관련 회사 인수 계획은 물론, 클라우드 부문과의 시너지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긴축 재정 전문가인 김 대표가 전임 대표 추진 사업을 도전적으로 풀어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지난해 엡실론의 영업권 손상차손은 공정가치 평가손실에 따른 영향이며, 관련 사업은 엡실론 측에서 주체적으로 꾸려 나갈 것"이라면서 추후 사업 및 시너지 방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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