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시대
핀다의 '이유 있는' 퀀텀 점프
박홍민 핀다 공동대표 인터뷰···"1%의 차이를 더 많이 만들겠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3일 16시 0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양도웅 기자] 지금 핀테크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곳은 단연 '핀다(FINDA)'다. 최근 자사의 대출 상품을 핀다에 입점시킨 한 지방은행의 관계자는 "우리는 핀다를 카카오페이, 토스와 함께 빅3 핀테크 업체로 보고 있습니다"라고 평했을 정도다. 카카오페이가 빅테크 계열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핀테크 업계는 사실상 핀다와 토스가 양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핀다의 달라진 위상은 숫자로도 증명된다. 현재 핀다와 대출비교 서비스 관련 제휴를 맺은 금융회사는 총 39곳이다. 이는 카카오페이와 함께 업계 1위 규모이며, 토스보다 9곳이 많다. 대출비교 서비스의 질은 제휴사 규모가 결정한다(더 많은 상품을 보여줄 수 있으니)는 점에서 핀다는 현재 업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직원 규모도 올해 초 30명대에서 현재 50명대로 늘어났다. 다른 핀테크 업체가 인재 확보에 골머리를 앓을 때, 핀다는 능력 있는 개발자와 비개발자를 '모셔오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젠 우리가 넘볼 수 없을 정도예요." 핀다와 함께 올해 1월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획득한 모 핀테크 업체의 관계자가 건넨 평가다. 


비슷한 이름의 업체들이, 또 크게 다르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듯한 핀테크 업체들 사이에서 유독 핀다만이 '퀀텀 점프'에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핀다 사무실에서 박홍민 핀다 공동대표(사진)를 만났다. 약 1시간의 인터뷰 동안 다른 질문을 던지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도돌이표처럼 '성공 비결'을 물었다.  


박홍민 핀다 공동대표. <제공=핀다>

◆ '축적'과 '디테일'이 만든 차이


박 대표는 "많은 핀테크 업체가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것 같지만, 저희는 2015년에 창업해서 2016년부터 웹을 통해 금융상품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어요. 당시엔 1개의 금융회사의 대출상품만 취급해야 하는 '1사 전속주의' 때문에 지금처럼 대출중개는 하지 못했지만, 여러 금융회사와 대출상품 광고 계약 등을 체결한 상태였죠"라고 설명했다. 


핀다와 유사한 대출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핀테크 업체로는 한국금융솔루션(서비스명 핀셋N)과 팀윙크(서비스명 알다), 핀크 등이 꼽힌다. 박 대표의 말대로 이 가운데 맏형은 핀다다. 핀다는 이들보다 2~3년은 일찍 금융상품을 모아 소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노하우 축적' 면에서 핀다는 몇 발짝 앞서 있는 셈이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경험과 함께 일찌감치 관계를 맺은 금융회사들이 많은 점도 핀다의 강점이다. 플랫폼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기업이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플랫폼 업체들이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까닭이다. 대출비교 서비스 시장이 매우 작았을 때부터 관련 서비스 향상을 위해 애를 쓴 핀다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신뢰는 매우 두텁다. 


더불어 대출 관련 서비스 개발에만 집중해온 점도 지금의 핀다를 만든 원동력 중 하나다. 여전히 핀다의 가장 큰 관심은 조금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안전한 대출비교·중개 서비스 개발에 있다. 일례로 핀다는 최근 핀테크 업계 최초로 고객 개인 전화번호가 아닌 안심번호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유출을 막아 사용자들이 더 안심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박 대표는 "디테일한 것들이 쌓여 (다른 핀테크 업체의 서비스와) 차이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사실 처음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할 때만 해도 디테일한 부분에 집중하는 접근 방식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 보면 '그게 맞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1%의 차이를 더 많이 만들어낼 생각입니다"라고 전했다. 


핀다는 최근 핀테크 업계 최초로 '안심번호 사용'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그림=핀다>

◆ 그들이 '유독' 인재 채용에 성공한 이유


핀다는 올해 1월 115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투자자들로부터 1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이목을 끌었다. 시리즈B 투자엔 기아자동차와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의 벤처캐피탈인 트랜스링크캐피탈의 모빌리티 펀드, 500스타트업의 메인 펀드 등 세 곳이 새롭게 참여했다. 


이러한 시리즈B 투자 유치는 예상보다 일찍 이뤄졌다. 시리즈A 투자 유치가 2019년 하반기에 이뤄졌으니 약 1년 6개월 만이다. 당시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조기에 추진한 데 대해 박 대표는 "자금이 부족해서 받은 것은 아닙니다. 공격적으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회사의 높아진 가치를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었습니다"고 밝혔다.


박 대표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시리즈B 투자 유치 이후, 오랫동안 준비한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도 금융위로부터 획득하는 등의 호재도 겹쳤다. 지난해 9월 피플(HR)팀 리드(팀장)를 뽑아 채용 관련 업무를 전적으로 일임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재 핀다의 임직원 수는 올해 초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50명대다. 증가한 인력 규모로 사무실도 옮겼다. 다른 핀테크 업체들이 직원 채용을 못해 조직 규모를 확대하지 못하는 것과 큰 차이다. 


이날 박 대표와의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핀다의 한 관계자는 핀다가 인력 채용에 잇달아 성공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여러 곳에서 일해봤지만 핀다처럼 직원들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곳은 없어요. 제가 자리에 잘 없어요(웃음). 그야말로 '엄청난 자유로움'이죠. 그런데 이 엄청난 자유로움으로 제가 갖는 건 또 강한 책임감이에요."


많은 핀테크 업체가 직원들에게 높은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강조하지만, 실제 직원들이 체감할 정도의 자율성을 제공하는 곳은 많지 않다. CEO가 자율성 보장의 전제인 직원들에 대한 신뢰를 끝내 갖지 못해서다. 박 대표는 "성격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아요. 학창 시절에 '홍민이는 왜 이리 느긋하니'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어요(웃음). 기본적으로 멤버들이 일을 열심히 하고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은 없습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핀다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고 새로운 회사 비전을 밝혔다. <사진=핀다>

◆ "연말까지 30여명 추가 채용···압도적 대출 서비스 제공할 것"


핀다는 연말까지 최대 30여명을 추가로 채용해 인력 규모를 80명대로 늘릴 계획이다. 많은 직원을 새롭게 채용했지만, 여전히 손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다. 최근 팀 리드들과 1대1 미팅을 하는 과정에서 리드들에게 자주 건네는 위로 아닌 위로 중 하나도 "사람을 좀 더 뽑을게"라고 박 대표는 전했다. 


박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지양했어요. 저를 포함해 팀장님 중엔 미취학아동을 데리고 있는 분들이 있어 늦게까지 남아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요. 그런데 이 또한 몸에 무리가 가더라고요. 매순간 바쁘게 움직여야 하니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오는 8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본격 실시한 뒤엔 조직 전체적으로 한 텀 쉬어가자는 생각이에요"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8월 마이데이터 서비스 실시 이후엔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일을 잡아서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말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회사의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는 세미나를 연 것도 하반기 새로운 사업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일종의 밑작업이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핀다의 첫 번째 비전을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해 대출 시장의 비효율성을 혁신하는 회사'에서 나아가 '개인이 필요한 현금을 적시에 만들어주는 회사'로 발돋움시키겠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이용자들이 압도적으로 좋은 조건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의 1차 목표예요. 그렇게 하기 위해선 어떤 곳보다 많은 금융회사의 상품이 입점해 있어야 해요. 과거에도 업계에서 압도적인 1위가 돼야 한다는 목표를 갖지 않았던 건 아니었지만, 지금은 좀 더 구체화가 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22일) 핀다의 누적 대출 승인액은 193조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12월 말 50조원보다 6개월여 만에 네 배 가까이 늘어났다. 핀다에서 대출을 조회한 건 수는 145만여건에 달하며, 상환 일정 공지 및 상환 여부 확인 등의 대출 관리 서비스를 받는 규모는 23조원을 상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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