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르메르디앙서울 매각가의 역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1일 08시 0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상균 IB부장] 부동산 개발업체, 이른바 시행사들에게 토지 확보는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이쪽 업계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토지 확보에 대한 질문을 하면 십중팔구 "살만한 토지가 없다. 괜찮다 싶은 땅은 경쟁률이 어마어마하게 치열하다"는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물론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분명 무리가 따른다. 어느 정도 엄살이 들어있다는 얘기다.


택지 확보의 어려움은 그 역사가 꽤나 깊겠지만 수도권, 그 중에서도 서울은 이제 하늘에 별 따기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현대건설-웰스어드바이저스 컨소시엄에 매각한 르메르디앙서울의 스토리를 되짚어보면 이 같은 느낌이 더욱 짙어진다.


르메르디앙서울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매물로 등장한 시기는 지난해 4월로 당시 매각가는 5200억원이었다. 당시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가격이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긴 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가 강남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규제책을 내놓을 때마다 르메르디앙서울의 몸값은 치솟았고 결국 최종 매각가는 지난 1월 7000억원을 기록했다. 처음 가격보다 무려 1800억원이 오른 것이다.


대지면적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3.3㎡당 1억5500만원이라는 고가이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 시장에서는 이 같은 가격도 싼 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헛소리로 치부했던 강남 부동산 가격 3.3㎡당 2억원이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렇게 비싼 가격에도 강남에 위치한 호텔들이 팔려나가는 것은 이곳에 주거시설을 지어 공급할 경우 토지비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정부에서는 주택 공급 정책의 초점을 임대에 맞추고 있지만 적어도 강남에서는 연면적 기준 3.3㎡당 1억원을 호가하는 분양가를 설정해도 청약경쟁률이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하긴 시장에 유동성이 이토록 넘쳐나고 그 돈이 강남으로 흐르는 와중에 이들에게 임대주택을 강요한다는 것은 모순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돈 있는 사람들이 더 좋은 주택에서 살고 싶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그걸 인위적으로 막고 있으니 시장에 왜곡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만 더욱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들 시행사가 호텔을 철거한 뒤 대부분 오피스텔 혹은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할 목적으로 아파트 공급은 철저히 피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대안을 마련한 셈인데 이것도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가 없다. 


어느 시행사 대표가 "이런 내용을 기사화하면 정부 당국에서 또 다른 규제책을 내놓을지 두렵다"며 걱정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지금의 정권이 키운 부동산 시장 왜곡이 어떤 식의 또 다른 부작용을 가져올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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