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삼성重, 성과주의 인사 '시그널'
대표이사 사장 3년 만에 교체…임원 승진 폭 최소화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9일 13시 0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이 올 연말 임원인사에서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을 다시 한번 적용했다. 적자 탈출의 특명을 이행하지 못한 남준우 사장은 3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고, 전체 임원 승진 규모도 최근 5년간 한 자릿수를 이어갔다.


삼성중공업의 올 연말 임원인사에서 가장 주목할 특징은 대표이사 사장의 교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8일 정진택 부사장(조선소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현 남준우 사장의 후임으로 내정했다. 이에 따라 남 사장은 지난 3년간 유지했던 중공업의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새롭게 삼성중공업을 이끌 정진택 신임 사장은 1984년 삼성중공업에 입사한 이후 영업팀장, 리스크관리팀장 등을 거쳐 올해 2월부터 조선소장을 맡아왔다. 그룹에서는 최근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생산과 위기관리 분야를 모두 경험한 정 사장이 향후 중공업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남준우 사장의 연임 실패는 지속된 적자가 뼈아팠다. 남 사장은 지난 2018년 1월 박대영 전 사장의 후임으로 정식 취임했다. 당시 삼성중공업은 대규모 적자를 보고 있었고, 그룹에서는 남 사장에게 흑자 전환에 대한 큰 기대를 걸었다. 남 사장은 재임 기간 대규모 조직개편과 유상증자 등을 잇달아 추진하며 경영정상화에 주력했지만 녹록하지 않은 현실과 맞닥뜨리며 결국 적자 탈출에 실패했다. 


실제 삼성중공업은 올해 3분기까지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적자는 13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5.7% 개선됐지만 지속된 분기적자 행진으로 올해 누적 영업적자 규모는 7690억원까지 쌓였다. 과거 드릴십(Drill ship) 부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까지 겹치면서 삼성중공업의 흑자전환 시기는 또 다시 내년으로 미뤄질 공산이 커졌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축은 드릴십 관련 평가손실이다. 이는 사실상 현 경영진의 과오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경영정상화를 위한 드릴십 매각에 속도가 나지 않는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남준우 사장의 나이도 연임의 걸림돌이 됐을 것으로 예상했다. 남 사장은 1958년생으로 현재 63세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암묵적으로 경영진들에 '60세 퇴진룰'을 적용해왔다. 특히 올 연말 인사에서는 젊은 경영진들을 그룹 전면에 내세우며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적극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그룹 전반의 인사 방침도 남 사장이 자리를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이번 삼성중공업 임원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소폭의 승진 인사만 이뤄졌다는 점이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업 불황으로 재무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한 2015년부터 구조조정, 희망퇴직 등을 통해 전체적인 임원 규모를 대폭 줄여왔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말 112명(등기임원 포함)에 달했던 삼성중공업 임원 수는 올해 3분기 말 기준 53명까지 절반 이상 축소됐다. 이 영향으로 삼성중공업의 임원 승진자도 2016년부터는 10명 이내로 줄어들었다. 올해 역시 정진택 신임 사장을 포함해 총 7명의 단촐한 승진에 그쳤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의 이번 인사는 비상경영체제 하에서 확실한 성과를 보이거나 조직 운영상 반드시 필요한 인원에 대해서만 승진을 단행한 것"이라면서 "이번 인사를 통해 향후 조직내 임원들의 책임경영에 대한 확실한 시그널도 함께 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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