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감자하면 하림 끌어내리겠다'소액주주 초강수

[윤유석 기자] 팬오션 소액주주 결집, 대주주 지분 뛰어넘어
임시주총 열어 "하림 본계약 파기시키겠다." 으름장


팬오션 소액주주 모임 30분전, 퇴근길에서 만난 소액주주 대표는 기자를 근처 포장마차로 이끌었다. 꼬치어묵과 떡볶이로 저녁을 대신했다. IT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고 최근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감자한다면) 하림을 끌어내리겠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역 번화가에 위치한 회의실에 10여명의 팬오션 소액주주가 모였다. 대부분 중년을 훌쩍 넘은 나이였고 여성도 한명 있었다. 하림(대표 김홍국)이 팬오션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터진 감자설로 급히 소집된 자리다. 회의는 시곗바늘이 저녁 9시를 가리킬 때까지 계속됐다.


모임을 주도한 소액주주 대표는 회사측이 실제 감자를 추진할 것에 무게를 뒀다. 그는 감자의 근원지로 하림을 지목했다. 소액주주 자본을 감액해서라도 팬오션 부채비율을 낮추려 한다는 항간의 소문을 사실로 받아들인 것이다.


참석자들은 과거 팬오션의 20:1 감자를 목격한 터라 감자에 대해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 지난 2일 팬오션 감자설이 나오자마자 주가는 곧바로 하한가를 맞았다. 아직 이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한 참석자는 "해운 업황은 부침이 심한 특성으로 부채비율이 들쑥날쑥 한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기간 내에 부채비율을 455%에서 100%대로 낮추려는 것은 지나친 욕심 아니냐"며 고개를 절래 저었다. 현재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이 995%이고, 현대상선이 801%이다. 우량 해운사인 글로비스가 123%다.


또 "최근 팬오션이 기대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고, 향후 하림과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굳이 소액주주의 자본까지 감액시키면서 부채비율을 낮추려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소액주주 대표는 4월로 예정돼 있는 관계인집회를 겨냥했다. 그는 "이날 결의에 부쳐질 변경회생계획안에 감자가 포함됐을 경우 그 자리에서 표 대결로 부결시키겠다"라고 밝혔다. 변경회생계획안이 통과하려면 2분의 1의 주주동의가 필요하다.


그는 주주결집을 강조하면서 "네이버 팬오션소액주주권리찾기 카페를 통해 현재까지 주식을 위임하겠다는 소액주주가 1,800명에 달하고, 주식수가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2천7백만주를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이중 100만주 이상 주식보유자가 다수포함됐다고 귀띔했다.


또 “현재의 추세로 볼 때 3월말까지 3천500만주의 주식이 모일 것으로 예상돼 표 대결로는 감자가 불가능하다.” 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회의 도중에 100만주 이상 보유했다는 한 주주가 휴대폰 문자로 외국에서 방금 귀국했다며 참여의사를 밝혀오기도 했다.


그는 법원의 강제인가에 대한 대비책도 내놨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회생계획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법원이 재량권을 가지고 어느 한쪽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제인가를 내릴 수 있다. 감자가 일어날 수 있는 여지가 가장 큰 지점이다. 이에 대해 "법원의 강제인가 이전에 임시주총을 소집해서 하림의 본계약을 파기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에게 팬오션 소액주주의 의견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김 회장을 직접 압박하겠다는 심산이다. '소탐대실 말라', '같이 가자'는 글귀가 이목을 끌었다.


참석자들은 밤늦은 시간을 뒤로한 채 법률회사 선정 등 추가 협의를 위해 발걸음을 다음 장소로 급히 옮겼다.


아시아경제 팍스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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