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코오롱 회장, 퇴임후 거취는
경쟁력 제고위해 전격 퇴진 결정…스타트업 등 신사업 전망


[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이웅열(63) 코오롱그룹 회장이 돌연 퇴임을 선언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는 이 회장이 화학과 건설 중심의 사업포트폴리오로는 급변하는 산업생태계에서 코오롱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퇴임을 결정한 것으로 관측 중이다.


코오롱그룹은 이웅열 회장이 내년 1월 1일부로 퇴임함에 따라 주요 계열사 사장단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성격의 ‘원앤온리(One&Only)위원회’를 두고 그룹의 주요 현안을 조율할 계획이다. 원앤온리위원회의 위원장은 2019년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지주사 코오롱의 유석진 대표가 맡는다.


퇴임을 결정한 이 회장은 새로운 회사를 차릴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창업할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임직원에게 보낸 서신에서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등을 언급한 걸 볼 때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일 것으로 추정된다.


재계에서는 책임경영을 통한 코오롱그룹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 회장이 퇴임을 결정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1996년 회장직에 올라 IMF 등 온갖 위기 속에서도 23년간 코오롱그룹의 성장을 견인해오긴 했지만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한계를 느낀 것 아니냐는 얘기다.


실제 문재인 정부 들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 재벌의 불공정 행위를 막고 공정한 시장경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대기업에 대한 압박이 강하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의 통화가치 약세, 원자재 가격의 폭등 등으로 경영환경도 악화되고 있다. 국내 상당수 대기업이 외형성장에도 내실은 부실해지고 있는 배경이다.


코오롱그룹도 다르지 않다. 매출액은 지난해 9조781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879억원으로 27.5% 감소했다. 현금창출력 지표인 상각전 영업이익(EBITDA)도 5201억원으로 같은 기간 16% 줄었고, 현금 순유입을 나타내는 지표인 FCF(잉여현금흐름)는 마이너스(-) 3426억원으로 적자전환 됐다. 이 회장이 임직원에게 보낸 서신의 내용처럼 변화와 혁신의 속도를 높일 필요성이 생긴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웅열 회장이 화학과 건설에 치중돼 있는 코오롱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바이오와 IT, 서비스 등을 집중 육성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성적이 썩 좋지 않다”며 “바이오 등 신사업 매출 비중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미비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너의 퇴장으로 책임경영을 강화하면 좀 더 유연한 사고가 가능해져 혁신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이 회장이 판단해 퇴임을 결정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코오롱가의 낭만파적 가풍도 이웅열 회장이 젊은 나이에 퇴임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 됐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 회장의 부친인 고(故) 이동찬 명예회장 역시 1995년 돌연 퇴임한 후 그림그리기로 소일하거나, 그룹 산하 오운문화재단의 복지사업과 캠페인 등에만 전념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풍류적 성품을 가진 이 회장 역시 회장직에 오를 당시 앞으로 20년만 하겠다고 했던 공약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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