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암호화폐 ‘클레이튼’ 세일…왜 지금?
시세 급락에 기업가치 산정 불리…자금조달보단 성장성 확인에 무게

[김병윤 기자]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가 자체 개발하고 있는 암호화폐 클레이튼(Klaytn)의 프라이빗 세일(Private Sale)에 나서면서 시장의 관심은 ‘시기’에 모아지고 있다. 최근 암호화폐 시세가 크게 떨어진 탓에 발행사가 기업가치를 산출하기에 비우호적인 여건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조달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번 투자 유치의 목적이 자금조달보다는 프로젝트 확장성 확인 등으로 해석되는 배경이다.



20일 블록체인업계에 따르면 그라운드X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클레이튼의 프라이빗 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자금조달 규모·형태, 프라이빗 세일 기간 등은 공개하기 어렵다”며 “이번 투자 유치는 전략적 파트너 모집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라운드X는 오는 2019년 1분기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레이튼 출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번에 모집된 전략적 파트너들은 클레이튼의 디앱(dApp·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이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프라이빗 세일에 나선 시기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암호화폐 시세가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비트코인은 올 들어 처음으로 5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 역시 10만원대로 떨어졌다.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논란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장이 위축된 탓에 자금조달에 나선 기업의 협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에 부정적 이슈가 부각되고 있음에도 투자 유치에 나선 것은 자금 사정이 긴박하거나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라운드X의 모회사인 카카오는 풍부한 유동성을 갖고 있다”며 “이번 프라이빗 세일은 자금조달보다는 프로젝트 성장과 확장 가능성 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 주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업가치 역시 발행사에게 비우호적으로 책정됐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암호화폐의 약세 추세와 자금조달보다는 파트너 확보에 투자 유치의 초점이 맞춰졌을 것이라는 의견과 동일한 맥락이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메인넷은 얼마나 많은 댑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며 “발행사가 파트너 확보를 위해 투자자에게 유리한 평가액을 산정했을 것”이고 말했다. 이어 “암호화폐의 가격은 발행사가 비교기업(peer)과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정하는 게 보통”이라며 “최근과 같은 시장에서는 발행사가 밸류에이션(valuation) 산정에서 유리한 지위를 선점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암호화폐가 약세를 기록하고 있는 시점에서 발행사가 투자자에게 비싸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그라운드X가 낮은 가격 대비 높은 성장 가능성을 부각하는 투자 포인트를 투자자에게 어필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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