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업계와 달리 ‘카풀 합의안’ 환영 왜
카카오택시 경쟁력 제고 등 ‘명분·실리’ 챙길 수 기회 될 수도


[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카풀 업계가 카풀 서비스 합의안에 대해 쓴소리를 뱉고 있는 가운데 업계를 대표해 택시·카풀 테스크포스(TF)에 참석했던 카카오모빌리티는 환영 의사를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선 카카오모빌리티도 이번 합의안이 만족스럽진 않겠지만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는 기회다 보니 동종 업계와 다른 목소리를 내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택시·카풀 TF 위원장인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택시와 카풀 모두 양보하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 카풀 서비스를 허용한다는데 합의할 수 있었다”며 “카풀은 여객운수사업법 등 현행법의 본래 취지에 맞게 출·퇴근 시간인 오전 7∼9시와 오후 6∼8시에 허용하되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은 영업일에서 제외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급적 3월 임시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되고 4월부터 시행될 수 있도록 당정이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분신자살’ 등 지난 5개월 간 카풀 서비스 허용을 놓고 적잖은 파열음이 터졌기에 이날 결정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물론 각계 인사들이 연이어 환영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카풀 업계는 기존 관련법 대비 진일보하지 못한 결과물이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1항에도 ‘출·퇴근 시간에는 카풀을 허용한다’고 명시돼 있는 까닭이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쏘카는 카풀 업체도 아니고 타다도 11인승, 15인승 승합차 대여와 기사 알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이번 사회적 대타협 결과와 아무런 상관없다”고 전제 후 “대통령은 법에서 금지하지 않는 한 허용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풀어갔으면 좋겠다는 입장인데 법에서 허용되어 있는 방식을 제한하고 금지하는 식으로 타협하는 게 나쁜 선례로 남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카풀 업체인 플러스와 승차공유 이용자 모임 카풀러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플러스는 성명서를 통해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결과라 실효성 있는 결론이 아닌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고, 김길래 카풀러 대표는 “극적 합의는 환영하나 개별적으로 출·퇴근 시간대가 다른 경우도 많아 실질적인 카풀 허용이라고 볼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와 달리 카카오모빌리티는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보다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규제 혁파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고 밝혔다. 중의적 입장 표명이긴 하지만 보기에 따라선 합의안을 환영하는 듯한 뉘앙스도 풍긴다. 동종업계와 이처럼 입장차가 나다보니 일각에선 택시 업계에 끌려 다니다 결국엔 사고를 쳤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출퇴근 시간을 규정함으로써 잠재돼 있던 사업 확대 기회를 차단했단 것이다.


동종 업계가 부정적 반응을 보일 게 뻔한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반발을 살 수 있는 입장을 표명한 이유는 뭘까. 시장에선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에만 집중하고 있는 회사가 아닌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시 말해 택시 업계의 주장을 수용하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기존 카카오택시 성장을 다시금 도모할 수 있게 됐고, 카풀 서비스도 제한적이지만 합법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됐다는데 큰 의미를 부여했단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앞서 택시 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카카오카풀 시범서비스를 강행하면서 회사의 근간인 카카오택시가 점유하고 있던 시장 일부를 SK텔레콤(티맵택시)에 뺏기는 등 악재를 겪었다. 아울러 카카오카풀 서비스를 위해 252억원을 들여 인수했던 ‘럭시’와 크루(라이더)로 가입한 10만명을 마냥 놀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시장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이번 합의안이 만족스런 결과물은 아닐 것”이라며 “향후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합의안에 찬성 입장을 밝히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카풀 서비스 허용으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택시의 경쟁력 제고에 나설 수 있게 돼 제한적이긴 하겠지만 실리와 명분 모두를 챙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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