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의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 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OK금융그룹이 사외이사 후보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재무적투자자(FI) 자격으로 이번 딜에 참여한 OK금융은 '우선매수권'을 포기하는 대신 한양증권 이사회에 참여할 사외이사에 OK금융 측 인물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추후 인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OK금융은 한양증권 이사회에 추천할 사외이사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 사외이사 풀(Pool) 중에서 최종 후보로 추천할 인물을 추리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번 작업을 OK금융이 향후 한양증권을 인수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고 있다. 사외이사를 통해 한양증권의 경영, 재무 등 상태를 점검하고 차후 KCGI가 엑시트를 준비할 때 한양증권을 품에 안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정식 선임 절차는 KCGI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 심사를 마치는 등 인수 계약이 최종 매듭지어진 뒤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양증권 내부 규정은 사외이사의 수가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상한 제한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문제는 아직 대주주 적격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KCGI는 지난해 9월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4개월이 지난 올해 1월 금융위에 대주주 적격 심사를 신청했다.
LP로 참여한 OK금융이 KCGI와의 주주 간 계약에서 우선매수권을 요구하는 등 이견이 생기면서 신청서 전달까지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OK금융 측이 작년 말까지 H&H파이낸셜과 옐로우캐피탈 등 대부업을 청산할 겨를도 필요했다. 두 회사는 최윤 OK금융 회장의 친동생 최호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채권추심업체 비콜렉트대부의 자회사다.
의견차를 보였던 우선매수권 조항도 계약에 포함하지 않기로 정리됐다. 한양증권 인수 의지가 강한 OK금융 측은 우선매수권을 갖길 원했지만 OK금융에 대한 금융당국의 시선이 곱지 않은 점을 감안해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다만 한양증권에 참여할 사외이사를 OK금융 쪽에서 물색하기로 하면서 차후 한양증권 인수 가능성을 남겨뒀다.
KCGI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 중인 점 역시 대주주 적격 심사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KCGI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특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KCGI 측은 세무조사 이후 금융당국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 논의를 이어간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총 2200억원 규모인 KCGI의 한양증권 인수 딜은 대부분 OK금융 자금으로 진행하고 있다. OK금융은 인수금융 500억원을 공급하고 에쿼티 투자 1700억원 중 1050억원을 책임진다. 나머지 500억원은 메리츠금융이 출자한다. KCGI는 150억원을 맡는다.
IB업계 관계자는 "OK금융이 한양증권의 사외이사 후보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한양증권 인수 의지가 강한 만큼 다방면으로 옵션을 걸어두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OK금융그룹 관계자는 "당사는 KCGI 컨소시엄에 단순 투자자(LP)로 참여해 사외이사 추천 권한이 없다"며 "사외이사 추천 검토나 계획은 전혀 없으며 이미 KCGI에서 지난달 조건부로 사외이사 선임을 완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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