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카카오가 콘텐츠 핵심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줄어들자 AI와 카카오톡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선택과 집중'을 위해 매각까지 검토하고 있다. 최근 3년 간 카카오엔터는 누적 손실과 높은 이자비용 부담을 기록하며 카카오의 연결 재무제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AI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실탄 마련 차원에서 이번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카카오엔터가 카카오 계열사 중에서 유일하게 웹툰, K-팝 등 해외 사업을 통한 내수 기업의 한계를 극복할 계열사라 단기간에 매각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투자사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등의 지분 손바뀜은 있을 수 있지만 헐값에 카카오엔터를 매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이 매각에 포함될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콘텐츠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엔터 주요 주주사에 서한을 보내 매각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부터 준비하던 IPO가 요원해지자 매각으로 선회했다는 점이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아직 초기 검토 단계라 실제 매각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가지고 있는 SM엔터 지분도 기업가치에 산정될 지 여부 등 남은 변수가 많고 국내에서 매수자를 구하기도 어려워 변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매각설이 나오는 이유는 최근 카카오가 인공지능(AI)와 카카오톡 두 가지 축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적극적인 경영효율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2023년 5월 147개까지 이르렀던 계열사 수를 지난달 115개까지 줄였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달 2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수익성 관점에서 핵심자산으로의 전략적인 자산 재분배에 집중하면서, 올해 역시 경영 효율화와 매출 성장 극대화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도 '수익성'을 중점으로 고려해 경영 효율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카카오엔터 매각 결정에도 이러한 계산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는 최근 3년 간 ▲2022년 6298억원 ▲2023년 1조2235억원 ▲2024년 2590억원의 연결기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의 카카오엔터 지분이 73.6%→73.6%→66.0% 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금액이 지분법손실로 인식, 카카오 재무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카카오엔터는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이자비용으로 지출했다. 최근 3년 간 카카오엔터는 영업이익으로 ▲2022년 -138억원 ▲2023년 692억원 ▲2024년 806억원을 거둬들였다. 같은 기간 이자비용으로 ▲338억원 ▲628억원 ▲568억원을 지출했다. 적자를 기록한 2022년 외에 2년 연속 영업이익의 70% 이상이 이자비용으로 나간 셈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카카오엔터 매각 자금으로 AI 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카오는 연내 AI 검색·AI 메이트와 대화형 AI 앱 '카나나(Kanana)'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오는 5월 하반기 카카오톡 변화에 대한 스케쥴이 구체적으로 공유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오픈 AI와의 협업 등 변화가 실패한다면 카카오톡도 다음과 같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IPO가 연기되고 있는 점도 매각설에 불을 지피는 이유 중 하나다. 앞서 카카오는 카카오엔터의 글로벌 확장 강화와 기업 밸류 상승을 위해 2023년 SM엔터를 인수했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은 각각 21.18%와 19.5%다. 당시 카카오는 추후 관련 권리를 카카오엔터에 넘기는 형태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IPO 시장에 한파 기조가 이어진 데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전 CA협의체 의장이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 의혹을 받는 '오너 리스크' 등이 겹치면서 상장이 어려워졌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엔터가 기업상장(IPO)을 위해 SM엔터를 인수했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김 전 의장이 어려움을 겪었고, 이로 인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도 파악하기 어려워졌다"며 "IPO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에 매각 쪽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IB업계에서 거론되고 있는 11조원의 가치를 인정 받을 지는 미지수다. 카카오엔터는 2023년 PIF와 GIC로부터 1조1540억원의 투자를 따내며 11조3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현재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는 이에 훨씬 못미치는 규모다. 한화투자증권은 카카오 SOTP 밸류에이션(합산법 기업가치)분석에서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를 7조7000억원으로 평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더 보수적인 3조4200억원의 기업가치를 책정했다.
한편 카카오가 카카오엔터를 헐값으로 매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엔터 매각으로 매출 공백이 생길 리스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카카오의 콘텐츠 매출은 3조971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0.4%에 달한다. 카카오엔터의 지난해 매출은 1조8128억원이었다. 콘텐츠 매출의 절반 가량이 사라진다는 위험부담이 있다. 이에 카카오 측에서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보유한 SM엔터 지분 40.68%를 포함한 딜을 통해 최대한 기업 가치를 높여 매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공시를 통해 "당사는 카카오 그룹의 기업가치 제고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해당회사 주주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카카오 관계자도 "정신아 대표가 사업 핵심을 카카오톡과 AI 두 개로 말씀하신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매각이 이와 연관이 있는 건지는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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