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평택캠퍼스 투자 속도가 지지부진하면서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선단 낸드·D램을 양산할 예정인 4공장(P4)의 경우, 페이즈(PH)1과 PH3는 팹 개편을 고려하고 있고, PH2와 PH4는 현장 개설 시점조차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팹 구성 방안을 두고 고민이 커지면서 P4의 전반적인 가동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지는 그림이다.
현장 상황에 능통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현재 P4의 PH1과 PH3 현장을 개편하고 있다"며 "PH3도 PH1과 같이 하이브리드 팹으로 운영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PH1를 P4의 낸드플래시 메인 팹으로 설계할 예정이었으나, 낸드 업황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자 반은 낸드, 나머지 반은 10나노급 4세대(1a) D램을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설계를 변경한 바 있다.
동시에 라인명도 낸드플래시(Nand Flash)를 뜻하는 'P4F'에서 하이브리드(Hybrid)를 의미하는 'P4H'로 변경했다. 팹 설계도가 크게 변경되면서 각종 공사 요소들도 조정됐고, 이로 인해 PH1의 공사 속도가 당초 계획 대비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말 공시를 통해 올해 PH1 마감공사 기한을 기존 3월 31일에서 오는 12월 31일로 연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PH1의 팹동과 복합동을 기존보다 개선하면서 공사비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공사 기간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PH3에도 이러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PH3는 10나노급 6세대(1c) D램을 제조하는 라인이다. 앞선 관계자는 "PH3도 300m 규모의 대형 클린룸이 있어, 회사 내부적으로 1c D램만 메인으로 생산하기보다는 두 칸이나 세 칸으로 구분해 (1c 외) D램, 낸드, 파운드리, 패키징 등 다양한 라인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에서 당장 올 하반기부터 1c D램 기술을 적용해 HBM4 양산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1c 수율이 안정적으로 나올 경우 PH3의 가동 시점도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약 두 달 전부터 관련 장비가 반입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며, 현재 일부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공사 재개 시점을 두고 말이 많았던 PH2와 PH4는 투자 속도가 다소 느린 모습이다. 현장 한 관계자는 "공정상 발생하는 폐가스(배기가스)를 방지하기 위해 '스크러버'라는 장치를 사용하는데, PH2와 PH4 상부에 이 장치가 아직 하나도 탑재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될 시에 설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PH2는 현장 개설은 올해 12월, 공사는 내년 5월 시작', 'PH4는 현장 개설은 올해 1월, 공사는 6월 시작'으로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개설과 공사에는 각각 2조원가량이 투입된다. 하지만 실행 여부가 요원해지면서 정확한 계획은 오는 6월에 다시 정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PH4의 경우 일부 협력 업체들 사이에서 본격적인 공사 착공에 앞서 바닥 시공을 진행하는 등 준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하지 않으면서 평택캠퍼스 현장 전반에 불확실성이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장 관리자들조차 정확한 계획을 파악하기 어려워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삼성물산 소장들은 다른 현장으로 이동되거나 해고되는 등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선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다. 공사 계획이 한 분기도 채우지 못해 바뀌고, 때로는 일주일도 지속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삼성물산, 삼성E&A, 삼성중공업 등 세 회사가 함께 회의를 해도 각기 다른 의견을 내며 일정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협력 업체들도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5공장(P5)의 경우 터닦기 작업을 마친 이후 현재까지 진척이 없는 상태다. 건물 뼈대를 올릴 때 사용되는 칼럼(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H빔)만 수만 톤 야적돼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은 P5 기초 공사 시작 시점이 불확실하다. 이 또한 P4 공사 일정에 맞춰 오는 6월쯤 결정될 것으로 본다"며 "공사를 재개하려면 칼럼을 외부로 반출해야 하는데, 이 작업만으로도 3개월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출 후에는 내부 터를 정리하고, 다시 칼럼을 들여와 설치하는 작업이 필요해, 빠른 시일 내 공사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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