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호텔롯데 '외부 지원 가능성' 조용히 제거
"자산재평가로 자체신용도 상승 전망 판단…공시 전이라 설명 생략"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7일 17시 0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픽=신규섭 딜사이트 기자)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한국기업평가가 최근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을 평정하면서 기존에 반영해 온 그룹 내 계열 지원 가능성을 배제했다. 자체신용도보다 1노치(notch) 상향받아 온 요소를 제거했지만 기존 신용등급인 AA-급을 유지해 업계의 의구심을 자아냈다. 한기평이 노치업을 제거한 배경 설명을 생략했기 때문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호텔롯데의 회사채 본평가에서 등급을 AA-급, 안정적 전망으로 평가하면서 외부 지원 가능성 부분을 '미반영'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4월 보고서 제출 시에도 호텔롯데는 AA-급으로 평정받았지만, 롯데그룹 계열의 지원 가능성을 반영해 자체신용도보다 1노치 상향했다는 평가를 반영했다. 자체신용도는 약 A+급으로 평가됐다는 의미다.


올해 2월에 계열 지원 가능성을 배제했지만, 등급은 기존과 같은 등급을 유지한 것이다. 자체신용도가 상승돼야 가능한 조치다. 하지만 수익성과 재무구조 모두 이전보다 다소 악화돼 자체신용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이전부터 계열 지원 가능성을 반영하지 않았다. 롯데캐미칼 등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더 높지만 호텔롯데는 그룹 내 지주사 성격을 지니고 있어 계열 지원 가능성으로 노치업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주사는 계열사 지원가능성을 반영해 오히려 1노치 하향 조치된 등급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대해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부동산 등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서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판단해 향후 전망을 자체신용도에 반영했다"며 "호텔롯데의 자체신용도가 AA-급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타 계열사와의 신용도 차이가 줄어들었고, 계열의 지원가능성도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호텔롯데의 결산 실적이 발표되기 전으로 자산재평가 내역이 공시되지 않아 자세한 평정 배경을 기재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호텔롯데는 토지, 건물 등 보유 부동산이 많아 자산 재평가 효과가 컸다. 호텔롯데은 8조3000억원가량의 자산 증가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부채비율은 작년 3분기 말 165%에서 4분기 말 115%로 개선됐다.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등 한국기업평가는 재무구조가 개선됐다고 분석한 것이다.


이러한 설명에도 업계의 의구심은 남아있는 모양새다. 장부상의 수치가 개선되긴 했지만, 기존의 자체신용도를 상향 조치할 정도의 개선폭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자산재평가를 통한 자산 확충은 실질 가치의 상승이나 현금 유입 없이 재무구조만 개선하기 때문에 신용도에 대한 불안감은 떨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타사의 경우 롯데그룹의 이번 자산재평가에 대해서 신용도에 영향은 미미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우수한 실질가치를 고려해 동사 신용도를 판단하고 있다"며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도 "자산재평가에 따른 손익 및 재무구조 변동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의견을 냈다.


반면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쇼핑의 자산재평가 당시 롯데쇼핑의 재무구조가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김미희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자산재평가로 증가한 장부가액 대비 공정가치가 낮은 점포에 대해 7450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고, 롯데하이마트 등과 관련해 4105억원의 영업권 손상차손을 인식했다"면서 "자산재평가에 따른 토지 증가 및 재평가 잉여금 발생에 따른 자본확충 효과에 힘입어 재무구조가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기평이 다른 평가사들과는 다르게 호텔롯데의 자체신용도를 낮게 평가하고, 계열 지원 가능성을 반영해 타사와 같은 등급을 부여해왔는데, 기존 평정의 근거를 이번 기회에 시정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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