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호텔신라가 '시니어 레지던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과거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면세사업이 부진을 이어가자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호텔신라의 경우 호텔 운영에 대한 노하우와 함께 그룹 내 삼성병원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강점이 커 안정적인 시장 연착륙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내달 20일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노인주거·여가복지 설치 및 운영사업'을 추가하는 정관변경 안건을 다룬다.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호텔신라가 이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면세사업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작년 호텔신라의 면세사업 부문 적자 규모는 전년 297억원에서 439억원으로 47.8% 늘었다. 같은 기간 호텔사업부문은 전년 대비 40.4% 늘어난 1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면세사업 적자 규모가 워낙 큰 탓에 전체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했다.
호텔신라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면세사업은 코로나 팬데믹(코로나19) 여파와 중국의 자국면세점 육성, 강달러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단일회사가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는 대외적 요인이라는 점에서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면세사업 부진이 예상 외로 오래 지속되면서 호텔신라는 새로운 신사업을 통한 성장동력 마련이 절실한 상태다. 특히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은 기존 호텔 운영 역량과 시너지가 날 수 있고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새로운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
시니어 레지던스에 대한 수요는 향후 10년간 높아질 전망이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1974년생)의 은퇴시기가 다가오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세대별 인구에서 18.6%의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은 단일세대 중 가장 인구가 많다.
시니어 레지던스 경쟁력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의 경우에도 그룹 내 삼성병원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진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운영하는 고급 실버타운인 삼성노블카운티는 이미 삼성서울병원과 협약을 맺고 진료 예약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에 대해 "향후 다양한 사업기회 확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정관에 사업목적을 추가한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한편 경쟁사인 롯데호텔은 이미 시니어 레지던스 브랜드 '브이엘(VL)'을 만들어 국내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올 상반기 내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단지에 첫 사업장인 'VL라우어'가 문을 열고, 하반기에 서울 마곡지구에 두 번째 사업장인 'VL르웨스트'가 들어선다. 롯데호텔은 VL을 '상위 0.1% 시니어를 위한 실버주거의 명품'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하며 레지던스 내에 스크린골프장과 식당, 메디컬케어센터 등을 갖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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