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화승그룹 오너 3세 차남인 현석호 부회장은 형 현지호 총괄부회장과 달리 후계 구도에서 한 발짝 비켜나 있다. 경영 능력 입증에 대한 부담도 형에 비해 크지 않다. 현 부회장이 이끄는 스포츠패션 ODM(제조사개발생산) 사업이 우호적인 영업 환경에 힘입어 호실적을 내고 있어서다.
그 덕분인지 현 부회장은 화승인더스트리의 재원을 활용해 자신의 관심사인 투자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의미한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화승인더, 작년 영업이익률 6.3%…그룹 OEM 사업 전담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화승인더스트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8677억원과 영업이익 118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7.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377.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흑자전환하며 478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1.7% 수준이던 영업이익률은 6.3%로 4.6%포인트(p) 상승했다.
화승인더스트리의 호실적은 자회사 화승엔터프라이즈에서 기인했다. 화승인더스트리가 화승엔터프라이즈 지분율 68%의 최대주주인 만큼 지분법 효과를 누린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 화승인더스트리의 별도 매출은 1조2357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화승엔터프라이즈 실적(연결)을 살펴보면 매출은 전년보다 32.6% 늘어난 1조6096억원, 영업이익은 537% 불어난 826억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1969년 풍영화성이라는 회사로 설립된 화승인더스트리는 합성수지와 고무 등 화학소재 제품 가공·판매 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했다. 1981년 풍영, 1989년 화승실업 등을 거쳐 1995년 지금의 사명을 가지게 됐으며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한 것은 1991년이다. 이 회사는 2011년 아디다스와 리복 등 신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신발 등을 제조·도매하는 해외 법인을 대거 종속회사로 편입시키며 안정적인 실적을 올렸다.

화승인더스트리는 화승그룹이 2014년 '르까프' 브랜드의 ㈜화승 경영권을 매각하면서 그룹의 OEM 사업을 전담하는 계열사로 부상했다. 실제로 2015년 말 기준 화승인더스트리 매출은 전년보다 27.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00% 이상 성장했다. 이 기간 전체 매출에서 신발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말 63%에서 2015년 말 80%로 17%p 오르기도 했다. 화승인더스트리는 2015년 11월 해외 위탁생산 법인을 관리할 목적으로 지주 성격의 화승엔터프라이즈를 설립했으며, 이듬해 10월 상장시켰다.
화승인더스트리가 '알짜 계열사'로 거듭나면서 현 부회장은 비교적 수월하게 경영 승계 기반을 닦았다. 1973년생으로 미국 명문보딩스쿨인 쿠싱 아카데미(Cushing Academy)와 보스턴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현 부회장은 2000년 1월부터 화승인더스트리에서 무역 담당 임원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화승인더스트리 영업부문 총괄과 경영 부총괄, 화승그룹 부총괄을 거쳐 2014년부터 화승인더스트리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 회사 최대주주에 오른 것은 2017년 3월이다.
◆ 현 부회장, 최대주주 등극 후 투자업 진출…배당·엑시트 등 결과물 '미미'
공교롭게도 현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 실권을 쥐면서부터 화승인더스트리의 '부업' 활동이 본격화됐다. 화승인더스트리는 2017년 6월 100억원을 출자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에스비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이어 ▲2018년 스카이워크자산운용 ▲2019년 여덟끼니 ▲2020년 스마트 사우스뱅크 디스커버리 ▲2023년 청우피앤디 등에 투자했다.
문제는 화승인더스트리의 투자 사업 결과물이 아직은 미미하다는 점이다. 올해로 설립 9년차인 에스비파트너스는 현 부회장이 이 회사 기타비상무이사로 등재돼 있다. 에스비파트너스는 2017년부터 6년 연속 순손실을 내다, 2023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는 매출 21억4295만원과 순이익 4억7851억원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누적 적자가 28억원을 웃도는 만큼 배당 등의 가외수익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스카이워크자산운용은 화승인더스트리가 5억원(100%)을 출자해 세운 투자사다. 화승인더스트리는 이 회사가 실시한 두 차례의 유상증자에 총 22억원을 투입했으며, 현재 지분율은 80.1%다. 스카이워크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기준 영업수익(매출) 29억원과 순이익 1억1684만원을 달성했으며, 배당재원이 되는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17억원을 쌓았다. 하지만 스카이워크자산운용의 배당 소식은 2022년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앞서 이 회사는 출범 이후 처음으로 2021년 실적에 대한 배당으로 보통주당 445원, 총 3억원을 지급했는데, 화승인더스트리가 받은 배당금 약 2억4000만원이다.
이외에도 화승인더스트리는 에스비파트너스가 조성한 각종 펀드의 기관투자자(LP)로 나섰으나, 엑시트(투자금 회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화승인더스트리의 외식 프렌차이즈 사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에스비파트너스를 통해 지배 중인 '여덟끼니'는 화승인더스트리 계열로 인수된 이후 4년 연속 영업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현 부회장 두살 형이자 오너 3세 장남인 현 총괄부회장은 사업형 지주사를 표방하는 화승코퍼레이션과 자동차 부품 계열사인 화승알앤에이 등을 거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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