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M&A 포럼]
"오너 3·4세 시대, PEF 행동주의전략 구사의 최적기"
이상헌 iM증권 수석연구위원 "정부 밸류업, 국민정서 바꿔"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7일 10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상헌 iM증권 수석연구위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4 딜사이트 M&A 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딜사이트)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국내 대규모 기업집단이 경영권을 총수일가 3·4세로 승계하는 사례가 늘면서 사모펀드(PEF)업계의 행동주의 전략 구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가 국내 증시의 활성화 및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 권장하는 만큼 국내외 PEF가 이를 명분삼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헌 iM증권 수석연구위원은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진행한 2024 딜사이트 M&A포럼 '기업지배구조의 뉴노멀, PE의 역할은'에서 "재벌그룹의 오너 3·4세가 형제·자매일 경우 전 세대의 경영권을 분배하기 위해 그룹 소유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주주행동주의 전략이 파고들 빈틈이 생긴다"며 "국내 PEF는 새로운 투자 전략을 선보며 투자시장을 키우는 동시에 기업 지배구조 개선으로 경영 투명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행동주의, 새로운 PEF 투자전략 급부상


주주행동주의(이하 행동주의)는 특정 회사의 주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기업이 보장하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하라고 요구하는 주주활동을 일컫는다. 소액주주나 사모펀드, 기관투자자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해 개인의 재산권 보호에서 더 나아가 건전한 경영활동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MBK파트너스가 최근 고려아연을 대상으로 벌인 공개매수 관련 행동주의 전략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견고한 동업구조를 유지하던 고려아연이 장형진 영풍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오너 3·4세로 경영권을 승계하며 만들어진 분쟁의 틈을 MBK파트너스가 절묘하게 파고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998년 주식시장이 외국자본에 전면 개방된 것을 계기로 국내 자본시장에 행동주의가 확산하기 시작했다"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기업운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소액주주운동이 시작되면서 현재에 이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내 제조업의 발전 과정에서 형성된 온정적 운영 관행과 암묵적으로 덮어왔던 횡령, 배임 등이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며 주주행동주의 흐름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전략이 처음부터 환영 받은 것은 아니다.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노렸던 KCGI는 2020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과 3자연합을 결성하며 한진칼의 지분을 끌어 모았다. 당시 한진칼 지분 6.52%를 보유했던 조원태 회장은 일가친척과 델타항공, 산업은행 등이 우군으로 참여하며 KCGI 3자 연합(31.98%)을 압도하는 지분(47.14%)을 얻고 경영권을 방어했다.


특히 산업은행이 2020년 11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0.58%의 지분을 취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국책은행이 한진그룹의 손을 들어주며 KCGI는 호반건설에 보유 지분 대부분을 매각하고 한진그룹 경영권 확보를 사실상 포기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손을 잡고 고려아연 지분 39.8%를 차지하며 경영권 확보 경쟁에서 승기를 잡은 것은 PEF가 국내 대기업을 상대로 경영권을 가져온 거의 유일한 사례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그간의 행동주의 전략 구사 사례를 소개하며 행동주의가 국내에 유입된 초기에 외국계 PEF가 약탈적 면모를 보이며 대기업에 오히려 대의명분을 제공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기가 일단 MBK파트너스 측으로 넘어간 것은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등 행동주의 전략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정서를 상당 수준 희석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분위기가 유지되는 동안 국내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 전략을 실현하는 PEF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감사 선임을 노려라"


이 수석연구위원은 행동주의전략을 실현할 경우 기업 이사회를 장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이사회의 주요 결정에 대한 법적 검토를 담당하는 감사를 확보해야 이사회의 주도권 및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주 제안에 힘을 실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2022년 3월 에스엠 주주총회에서 얼라인파트너스는 곽준호 후보를 감사로 선임하는 데 성공하고 그해 말 이사회 구조개편 등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감사가 이사를 대상으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등 기업 경영 전반에 걸친 정보 확인 및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행동주의 전략 실현을 위한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에스엠은 이듬해인 지난해 1월 20일 얼라인파트너스 측의 요구사항을 수용했고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프로듀서를 경영진에서 제외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SM 3.0'을 발표했다. 이에 반발한 이 전 총괄 측은 하이브를 등에 업고 에스엠 공개매수 등을 추진했지만 결국 뒤늦게 참전한 카카오에 경영권을 내주게 됐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집단은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행동주의 전략에 기초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앞으로 더 큰 규모의 기업집단까지 행동주의의 영향력이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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