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민희 기자] 신세계·롯데그룹이 가구·가전사업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섰지만 인수한 법인들이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두 그룹은 향후 전문브랜드 강화와 상품구색 다양화 전략 추진을 통해 실적 반등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신세계는 앞서 2018년 1837억원을 들여 까사미아의 주식 92.4%(681만3441주)와 부동산 자산 일체를 인수했다. 까사미아는 가정용 가구와 패브릭·인테리어 사업을 통해 2018년 매출 1220억원을 달성하며 8% 안팎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중견 가구업체였다. 이에 신세계는 까사미아를 홈퍼니싱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적 측면이 컸다.
롯데그룹도 2021년 홈퍼니싱시장을 겨냥해 국내 사모펀드 IMM PE와 손잡고 국내 1세대 가구업체인 한샘의 지분 인수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다. 롯데그룹은 당시 주당 22만2550원, 총 2595억원을 출자해 지분 일부를 인수했다. 한샘 주가가 약 11만원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무려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을 배팅한 셈이다.
롯데그룹이 이 같은 결정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샘의 성장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상품, 콘텐츠, 집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앞서 2012년에도 미미했던 가전유통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하이마트를 인수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이마트는 당시 삼성, LG 등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온 가전양판점이었다. 롯데그룹은 1조2481억원을 들여 하이마트 주식 65.25%(1540만3274주)를 매수했다.
문제는 양 그룹이 새로운 영역 확장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지만 현재까지 인수한 기업들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신세계까사는 2020년 107억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작년까지 641억원의 누적적자를 쌓았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0억원을 달성하며 간신히 적자에서는 벗어났지만 인수 첫 해인 2018년 93억원의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여전히 저성과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다.
롯데그룹이 전략적투자자로 나선 한샘의 여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그룹이 지분을 매입했던 2021년 한샘의 영업이익은 693억원에 달했지만 이듬해인 2022년에는 217억원의 적자로 전환됐다. 불과 1년 만에 910억원의 낙폭을 보인 셈이다. 지난해부터 고강도 내실경영에 나서면서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회복은 더딘 상황이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이 보유한 한샘 지분(15.19%)의 공정가치는 인수 당시 3024억원에서 현재 2188억원으로 836억원이나 쪼그라들었다.
시장에서는 신세계까사와 한샘의 실적 부진을 두고 B2B(기업간거래)사업에 소홀했던 사업 전략을 지적하고 있다. B2C(기업과소비자간거래)의 경우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를 진행하다 보니 부동산 악화나 경기침체 등 외부적인 요인에 특히 민감하다. 따라서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B2C사업 부문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B2B사업 부문으로도 영역 확장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B2B 분야에 소홀했던 것이 실적 부진을 야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샘은 과거 B2C(기업과소비자간거래) 부문이 매출의 70% 이상을 견인했다. 최근에야 B2B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대에 머물러 있다. 신세계까사 역시 현재 B2C사업 매출 비중은 90%에 육박하고 나머지 10%만이 B2B사업으로 이뤄져 있다.
반면 올해 한샘으로부터 가구업계 1위 자리를 꿰찬 현대리바트의 경우 선제적으로 B2B사업 분야를 확장해온 덕에 호실적을 기록 중이다. 실제 현대리바트의 올해 3분기 사업 비중을 살펴보면 B2B 가구사업의 비중이 전체 사업 가운데 35%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전양판점인 하이마트의 경우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으로 경쟁력이 약화되자 기존의 성장세를 유지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하이마트의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비중은 현재 채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하이마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커머스시장이 본격 확대되기 시작한 2022년 52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후 고강도 경영효율화 노력을 통해 지난해 82억원의 흑자로 돌아섰지만 올해 상반기 다시 1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좀처럼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브랜드·상품구색 강화 '돌파구 모색'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은 가구와 가전부문에서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고자 최근 특단의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전문브랜드 론칭과 함께 상품 구색을 더욱 강화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소비자들의 구매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신세계까사는 수면시장 공략에 집중할 방침이다. 신세계까사는 작년 7월 '마테라소 포레스트'라는 수면 전문 브랜드를 론칭했다. 해당 브랜드는 매트리스만 판매하는 컬렉션 브랜드였지만 신세계까사는 이를 수면에 필요한 모든 것을 판매하는 브랜드로 확장시켰다. 그 결과 마테라소는 론칭 이후 매분기 평균 15%의 매출 성장을 기록 중이다.
그 외에 신세계까사는 소파 라인업을 강화해 고객의 수요를 증대시킬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신세계까사의 베스트셀러 소파인 '캄포' 시리즈의 온라인 한정상품인 '캄포 미니'가 인기를 끌자 색상 옵션을 확장했다. 또한 세탁 및 관리가 용이한 소파 '엠마'도 새롭게 출시했다.
신세계까사 관계자는 "수면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주력상품 브랜드화에도 나설 예정"이라며 "특히 마테라소 포레스트를 수면 브랜드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중장기 핵심전략을 공개했다. 하이마트의 경우 ▲매장 혁신 ▲고객 평생 케어서비스 확대 ▲PB 및 해외브랜드 강화 ▲온오프라인 경험 일체화 등 '4대 핵심전략'을 내세웠다. 이를 토대로 2029년까지 매출 2조8000억원 이상과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을 목표로 수립했다.
특히 하이마트는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PB상품 판매 확대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과거 출시된 '245L 냉장고'와 '스테이션 청소기'처럼 PB 특유의 합리적인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기 위해 연내 리브랜딩 작업을 마무리하고 2025년에는 하이마트만의 신규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하이마트와 한샘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최근 선보인 하이마트 한샘광교점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지점은 가구와 가전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구성돼 양사의 시너지를 배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이커머스를 활용하거나 PB매장을 확대하는 등 다방면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며 "한샘과의 콜라보는 특화 MD를 전개하겠다는 하이마트의 밸류업 목표에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