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지난해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실적이 주요 발주처인 삼성전자의 일감이 줄었음에도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비롯해 다양한 공종에서 수익을 끌어올린 결과로 풀이된다.
1일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19조3100억원, 영업이익은 1조34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14조5982억원)은 32.3% 성장했고, 영업이익(8750억원)도 18.2% 증가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삼성전자로부터 수주한 물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영업거래액은 5조6725억원으로 삼성물산 건설부문 연매출의 29.3%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삼성물산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일감의 규모는 반도체 설비투자가 본격화한 2022년까지 줄곧 증가했으나 지난해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1년새 금액으로는 1조4774억원이 줄었으며 비율은 19%p(포인트) 뒷걸음질쳤다.
2020년부터 살펴보면 당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연매출 11조7019억원 중 삼성전자와 영업거래에서 나온 매출이 3조7307억원을 기록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다.
2021년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연매출 10조9889억원 중 삼성전자에서 발생한 매출이 4조494억원으로 비중은 36%로 늘었다. 2022년에는 연매출에서 삼성전자 일감의 비중이 48%까지 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연매출 14조5982억원 중 7조1499억원이 삼성전자 일감이 차지했다.
2022년 삼성전자의 일감이 최고치를 찍은 후 지난해 다시 떨어진 배경에 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경기 사이클에 의한 연도별 수주량의 차이일 뿐 하이테크 수주는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전자업계에서도 삼성전자의 자본적투자(CAPEX)가 2022년 대비 2023년에 증가한 것을 근거로 반도체 투자 자체가 감소한 것은 아닌 것이라는 입장이다.
삼성물산은 반도체 공장을 제외하고도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꾸준히 수주해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건축물 종류도 공항과 터널, 발전소 등 다양한 영역을 가리지 않고 맡았다.
삼성물산이 현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해외 주요 사업장을 살펴보면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 제3터미널(1조3095억원) ▲방글라데시 다카 하즈라트 샤흐잘랄 공항(2조2281억원) ▲사우디 네옴 터널(6255억원) ▲UAE 초고압직류송전(3조322억원) ▲카타르 태양광(8349억원) 등이다.
이 같은 주요 사업장의 매출이 지난해 본격화되면서 삼성전자의 일감이 줄어들었음에도 삼성물산의 실적을 견인했다.
아울러 공사비 인플레이션 여파로 한파가 불어닥친 주택 시장에서도 삼성물산이 가진 자금력을 활용해 조금씩 보폭을 넓히고 있다. 2022년 반포주공1단지 3주구(8084억원)과 방배6구역 재건축(3696억원)의 수주를 따낸 뒤 지난해 경기도 수원 권선6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2218억원)에도 참여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최근 공사비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도시정비의 사업수지가 악화하자 조합들은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대형건설사로 몰리는 수주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건설사의 신용보강과 책임준공 등 사업의 안정성을 보증할 만한 장치가 더욱 까다롭게 요구돼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시장상황에 따라 연도별 발주 규모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하이테크 수주는 원활하게 진행 중"이라며 "미국 테일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풍부한 후속 수주 파이프라인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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