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
'공개매수가 상향' MBK, 인수 강행 이유는?
2만→2.4만원 조정, '1000억' 추가 투입 예고...M&A 성사 승부수 '촉각'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8일 16시 0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가를 상향조정하며 한국앤컴퍼니 인수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MBK가 승산 없는 싸움에 도전장을 내밀지는 않았을 것으로 예상하며, 추가자금을 투입하면서까지 회사를 인수하려는 배경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MBK는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가를 기존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첫 공개매수 발표 뒤 조현범 회장 측이 방어에 나서며 주가가 요동치자 소액주주들의 주주가치를 보호하고 투자회수 및 이익실현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인수가를 올렸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인수가 조정으로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한 지분싸움의 행방도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조양래 명예회장이 한국앤컴퍼니 지분 2.72%를 추가로 취득하며 조 회장 측이 승기를 잡는 듯 했지만, 공개매수 가격이 15일 종가인 1만5850원보다 51.4% 높은 가격으로 재설정되며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왼쪽)과 조현범 회장

MBK가 최대 1000억원의 자금을 추가 투입하면서까지 한국앤컴퍼니 인수에 나선 이유로는 '오너리스크'가 꼽힌다. 형제 간 갈등, 조 회장의 사법리스크 등을 해소하면 회사를 현재보다 크게 성장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MBK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연간 순이익 대비 낮은 시가총액(약 2조원)을 경영진 교체를 통한 경영 효율화만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공개매수도 오너리스크 해소 측면에 집중돼 있다. 공개매수신고서에 따르면 조현식 고문(18.93%)과 조희원씨(10.61%)는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모두 MBK에 위임했다. 이사회 지명권도 MBK가 과반 이상을 가져간다. 이들은 향후 지분을 처분할 때에도 MBK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번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한국앤컴퍼니 오너는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고 지분만 보유하는 형태로 변화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오너가 경영에서 물러나는 경우, 이를 호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만 하더라도 오스템임플란트, 에스엠 등에서 최규옥 회장과, 이수만 프로듀서 등 오너가 물러나며 회사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 경영인이 회사를 올바르게 이끌어갈 기대감이 반영된다는 것인데, 한국앤컴퍼니도 이 같은 흐름을 빗겨가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매수가를 끌어올린 것은 회사 인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풀이된다. 소액주주들이 주가가 하락하기 전 매도하는 것을 유도해 최대한 많은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공개매수가 실패로 끝날 경우 주가는 공개매수 선언 이전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차액실현이 최우선 목표인 이들이 회사 주가가 이전으로 다시 하락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로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MBK가 공개매수를 발표하기 직전까지 1만원 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공개매수 선언 직후인 지난 7일 장중 최고 2만3750원까지 상승했던 주가는 지난 15일 1만5850원까지 떨어졌다. 공개매수 가격 조정이 발표된 이날(18일) 주가는 최고 2만600원까지 올랐다가 1만7700원에 마감했다.


MBK가 이번 공개매수에 대한 명분을 안겨줄 우군을 지속적으로 포섭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조 명예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최근 MBK의 공개매수를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조 이사장은 MBK의 공개매수 발표 이후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는데, 이번 발표로 오너일가 상당수가 현 지배구조 잘못됐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조 이사장은 향후 의결권을 위임하거나 공개매수에 참여해 지분을 매각할 예정이다. 조 이사장의 보유한 지분은 0.81%로 당장 공개매수 성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다만 MBK가 시장에서 조 회장 측과 지분이 비슷해 질 경우 이 지분이 '캐스팅보트'가 될 가능성은 있다. 해당 지분은 조 회장의 우군으로 등장한 효성첨단소재가 보유한 양(0.15%)보다 많다.


시장 관계자들은 국민연금의 선택도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9월 기준 약 3.8%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진행하는 측에 선 경우는 없지만 한국앤컴퍼니가 경영권을 두고 지속적인 갈등을 벌여온 만큼, 주주를 위해 지배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의견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이번 공개매수에 나서며 다양한 변수들을 모두 고려하고 작업을 시작했을 것"이라며 "공개매수가를 올리는 초강수를 둔만큼 인수를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우군도 확보해 뒀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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