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운용, 현대엘리베이터 사내이사 사임 요구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 개시…주주환원·해외사업 개선 방안도 요구
(출처=KCGI자산운용)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행동주의 펀드의 원조격인 KCGI(강성부펀드) 품에 안긴 KCGI자산운용이 주주행동주의에 본격 나섰다.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 의장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을 요구하며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 활동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KCGI자산운용은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 앞으로 경영 개선사항이 담긴 주주서한을 발송했다고 24일 밝혔다. KCGI자산운용은 지난 8월 기준 이 회사의 보통주 지분 2% 가량을 보유한 주요주주로서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에 나선 것이다.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의 감사위원회가 견제와 감시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파생상품계약 의결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06년과 2014년 사이 체결한 파생상품계약을 통해 최고경영진이 회사에 배상해야 하는 금액은 1700억에 달한다.


특히 현재 이사회 의장이자 사내이사인 현정은 회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KCGI자산운용은 "대법원은 현정은 회장의 이해관계충돌과 선관의무 위반을 근거로 1700억원의 손해배상을 인정했고, 별건의 주주대표소송과 ISD 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손해배상액 중 상당부분을 계열회사 지분으로 납입한 부분도 별건의 소송결과에 따라 추가적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송의 당사자인 현 회장이 상근이사와 이사회의장직을 유지하는 건 이해관계충돌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사내이사로서의 적격성 재검토를 촉구했다.


더불어 현 회장이 지난 3년간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 참석율이 50%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 현대무벡스 이사회 의장 등 과도한 겸임을 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또 기업실적이 크게 부진했던 지난 3 년간 현대엘리베이터와 계열사로부터 120억이 넘는 보수를 수령한 것도 꼬집었다.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주환원 의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011년 이후 계속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인해 주식수는 265% 증가했고 9960억원의 추가자본이 조달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식발행자금은 계열사 지원에 쓰였고, 이중 일부는 불법으로 판결됐거나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주이익률은 경쟁사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ROE(자기자본이익률), ROIC(투하자본수익률) 등 재무적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과 함께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회사의 계획을 공개해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해외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도 요구했다. 지난 1993년 중국진출 이후 국내 승강기사업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해외사업 적자를 메우는데 사용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출이 해외에서 거의 발생하지 않는 원인 규명과 함께 해외사업의 수익성 개선 계획 공개를 요청했다. 또 부동산임대업, 호텔 관광업 등 국내 비주력사업에 대한 효율화 방안도 제안했다.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가 국내 토종 엘리베이터 회사로서 경쟁력을 유지하며 성장성과 수익성을 갖춘 글로벌 엘리베이터기업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당사가 제안한 개선사항들이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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