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경고등' 페퍼저축銀, 하반기 반등 가능할까
1분기 업권 최대 253억 손실 기록…CEO·기관 '주의' 처분 예고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6일 09시 0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페퍼저축은행 사옥 전경(제공=페퍼저축은행)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올 들어 실적 악화 경고등이 켜진 페퍼저축은행에 대규모 작업대출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더해지며 악재가 겹친 모습이다. 비교적 경징계인 기관 주의와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주의 처분에 그쳤지만, 평판 훼손 등으로 향후 영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최근 작업대출을 벌인 페퍼저축은행 등 5개 저축은행에 대한 제재 안건을 논의해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 장매튜 대표·기관 '주의' 처분 경징계 예상


작업대출은 규제를 피해 각종 서류를 불법으로 위·변조한 뒤 대출을 내어주는 수법이다. 대출이 어려운 무직자나 신용불량자의 서류를 조작해 대출을 내주거나, 개인 차주를 사업자로 둔갑시켜 가계대출 규제를 피해 주담대를 진행한다.


금감원은 지난해 검사를 통해 페퍼저축은행을 비롯한 5개 저축은행이 지난 2020~2022년 작업대출을 벌인 사실을 적발한 바 있다. 관련 규모는 1조2000억원대로 알려진다.


페퍼저축은행은 비교적 가벼운 수위의 징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장매튜 페퍼저축은행 대표가 주의 처분을 받고, 이와 함께 경징계인 '기관 주의' 처분도 함께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임원 제재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구분된다. 문책 경고 이상은 향후 금융사 임원 취업이 3~5년간 제한되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기관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 정지 ▲시정명령 ▲기관 경고 ▲기관 주의로 분류된다. '기관 경고' 이상을 중징계로 보고 있다. 기관 경고를 받은 금융사는 향후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 1분기 253억 순손실 기록…5대 저축은행 중 적자 '유일'


페퍼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징계 결정이 최악의 실적 부진 상황에서 나온 점은 뼈아프다. 페퍼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25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하는 등 극심한 실적 부진에 빠진 상황이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3%로 집계됐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에도 전년(817억원) 대비 37.2% 감소한 5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자산규모 10위 저축은행 중 가장 큰 규모의 적자를 봤다. 애큐온저축은행(-202억원), 상상인저축은행(-175억원)이 각각 순손실을 기록했다. 상위 5대 저축은행 중 적자를 기록한 곳은 페퍼저축은행이 유일하다.



실적 악화 원인은 이자비용 상승과 대규모 충당금 적립 등이다. 페퍼저축은행의 1분기 이자비용은 545억원으로 전년 동기(304억원) 대비 241억원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이자수익이 전년 동기(1234억원) 대비 76억원 늘어난 1310억원에 그쳤다. 또한 페퍼저축은행의 1분기 대손충당금은 2837억원으로 전년 동기(1756억원) 대비 1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건전성 지표도 크게 악화됐다. 1분기 페퍼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6.61%로 전년 동기(2.82%)보다 3.79%p(포인트) 상승했다.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2.42%에서 올해 1분기 5.82%로 치솟았다.


◆ 2013년 대주주 변경 후 승승장구…장매튜 대표 리더십 '첫 시험대'


페퍼저축은행은 1982년 한주상호신용금고로 설립됐으며, 늘푸른저축은행을 거쳐 현재의 페퍼저축은행으로 사명이 변경됐다. 2013년 10월 호주 페퍼 그룹이 회사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이 변경된 이후, 2013년 12월 한울저축은행 인수로 영업구역이 확대됐다. 


현재는 상호저축은행법 상 전국 6개의 영업구역 중 인천·경기도, 광주·전남·전북·제주의 2개 영업구역에서 저축은행업을 영위하고 있다.


장매튜 페퍼저축은행 대표이사.

페퍼저축은행은 최근 몇 년간 가파른 자산성장세를 앞세워 업계 '빅5'로 도약했다. 출범 첫해 자산이 4004억원에 불과했지만 경기도와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며 자산을 빠르게 불렸다. 페퍼저축은행은 2016년 총 자산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최근 몇 년간 급성장세를 보여 왔다. 페퍼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는 작년 말 기준 업계 5위다. 올해 1분기 페퍼저축은행의 자산은 6조347억원이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지난해 말 페퍼저축은행의 총자산과 총여신 규모는 각각 6조3000억원과 5조6000억원으로 2013년 호주 페퍼 그룹으로 대주주가 변경된 이후 영업이 강화되며 시장지위가 빠르게 제고됐다"고 평가했다.


실적 부진과 금융당국 징계가 겹치면서 장매튜 대표의 리더십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는 시각이 나온다. 장매튜 대표는 2013년 취임해 10년 가까이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켜온 업계 대표 장수 CEO로, 그간 회사의 성장세를 이끌면서 탁월한 경영성과를 보여 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페퍼저축은행의 실적 부진 상황에서 이번 작업대출 징계가 더해지며 평판 훼손 등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확대될 수 있어 영업활동 위축이 우려된다"며 "탁월한 경영성과로 성장세를 이끈 장매튜 대표의 첫 리더십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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