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최근 금융당국과 대통령실에서 연일 금융권의 '돈 잔치'를 비판하면서 내달 공개될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봉 수준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CEO)의 성과급 역시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의 '돈잔치' 비판에 성과급 체계 재정비가 논의 중이고 일각에서는 사회 환원까지 언급되고 있어 고액 보수를 받는 입장에서 부담은 커지는 중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금융지주 회장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다. 함 회장은 상반기까지 총 10억79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이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상반기까지 총 7억74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6억5000만원을 받았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상반기 보수가 5억원 미만으로 공시 대상에서는 제외됐으나 성과급이 확정되지 않은 금액은 약 4억원대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에는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다. 김 전 회장은 성과급 15억1000만원을 포함해 총 24억원을 급여로 수령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성과급 8억8000만원을 포함해 17억2600만원을 받았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급여 8억원과 상여 3억1000만원 등으로 총 11억1200만원,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8억3900만원을 각각 수령했다.

2022년도 성과급은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최대 규모의 실적을 기록한 만큼 지주 회장들의 연봉 수준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총 15조850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14조5428억원 대비 9% 가량 증가한 규모다. 금융지주는 내달 중순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공시해 CEO의 연봉을 공시할 예정이다.

최근 "돈 잔치는 안 된다"며 금융권을 강하게 비판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이자 장사'로 최대실적을 거둔 금융사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이 나오면서 연봉 공개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해외 선진 금융사 내부 통제를 살펴보기 위해 싱가포르와 영국 런던 등지로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가 해외에서 도입된 성과보수 체계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금융사 CEO 성과급을 포함한 임원 보수를 주주총회에서 심의받도록 하는 '세이-온-페이(say-on-pay·주주 투표로 경영진 보수 결정)'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주주들이 경영진의 보수가 과도한 수준은 아닌지 점검할 수 있게 돼 비판 대상이 되는 경영진의 성과급 수준을 통제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지주 회장이 급여 반납을 통해 마련된 재원을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하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도 금융지주 회장이 자발적으로 연봉 삭감 등의 액션을 취한 적이 있다"며 "고임금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 위기극복에 동참하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지주 회장이 먼저 연봉을 반납하면 은행장 등 계열사 CEO와 임원진도 일정 수준의 연봉을 반납하겠다는 결의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