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풀무원그룹 지주회사인 풀무원이 자회사들 실탄 지원에 허리가 휘고 있다. 특히 높은 단기차입 구조 속에서 실적악화까지 겹치며 커지는 재무부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풀무원의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8221억원으로 전년 말 6788억원 대비 17% 늘어났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전체 차입금 가운데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물이 크게 늘고 있단 점이다. 같은 기간 1년 단기로 외부서 차입한 자금은 4059억원에서 4996억원으로 23.1%나 급증했다.

차입금이 늘면서 부담해야 할 금융비용은 물론, 재무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도 악화되고 있다. 풀무원이 작년 9월말까지 지출한 이자비용은 426억원이며, 부채비율은 223%로 2018년 대비 50%포인트나 상승했다.

풀무원의 차입 확대는 자회사들에 대한 대규모 자금지원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회사는 2008년 7월 인적분할을 통해 순수 지주회사가 됐다. 풀무원식품과 풀무원푸드앤컬처, 풀무원건강생활 등 그룹의 주요사업인 식품제조유통과 식품서비스유통, 해외사업 등이 대부분 자회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기에 지주회사인 풀무원의 실탄 지원 역시 마를 날이 없다.

실제 풀무원은 최근 5년 사이에만 1000억원을 웃도는 자금을 자회사에 투자했다. 대표적으로 2018년 풀무원식품과 풀무원푸드앤컬처에 각각 600억원과 50억원을 출자했다. 2021년에도 풀무원푸드앤컬처와 풀무원건강생활, 풀무원샘물에 각각 350억원, 100억원, 150억원의 추가 출자를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면서 튼튼했던 풀무원의 유동성도 흔들리고 있다. 풀무원은 순수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주요 수익원은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과 상표권 사용료, 경영관리 수수료 등이다. 하지만 최근 자회사들 실적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풀무원의 수익구조도 악화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422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결국 자회사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함께 연결실적 악화가 풀무원의 재무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송동환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도 "풀무원은 2016년 이후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로 계열 전반적으로 현금흐름이 둔화되고 있다"면서 "중단기적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사업 기반 강화를 위한 투자가 이어질 계획으로 당분간 잉여현금 창출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풀무원은 재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실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현금창출에 집중해나갈 계획이다. 이효율 풀무원 총괄대표(CEO)도 연초 신년사를 통해 수익 개선을 위해 부진한 사업과 품목, 채널, 서비스 등을 적극적으로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디지털전환(DX)과 공정혁신(PI)에 속도를 높여 성과를 가시화 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식품제조유통사업은 디지털기반의 운영효율을 신속히 개선해 나가고 식품서비스유통사업과 건강케어제조사업은 플랫폼 기반의 비지니스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올해 만기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의 경우 전부 만기연장 또는 재약정할 계획이다"면서 "자금조달시장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차입금 운영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