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기영 기자] 아이큐어가 2020년 미국 모더나와의 코로나19 백신 공급사업 추진과 관련해 법적 공방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아이큐어는 모더나로부터 백신 공급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져 주가가 급등했으나, 수개월 만에 공급 논의가 무산됐다. 이번 재판 과정에는 아이큐어가 모더나 백신 공급사업을 추진하게 된 사정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8일 딜사이트 취재를 종합하면 아이큐어는 카이로스프라이빗에쿼티(카이로스)로부터 10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피소돼 현재 2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카이로스는 아이큐어에게 미국 모더나사와의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중개하겠다던 회사다.

카이로스는 아이큐어가 기밀유지협약(NDA)를 어기고 모더나와의 백신공급 계약 추진 사실을 언론에 알린 탓에 논의가 무산돼 손해를 입었다며 지난 2021년 9월 소를 제기했다. 한 언론가 지난 2020년 11월 아이큐어가 모더나와의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추진한다고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1심 재판은 양측의 NDA 체결 여부가 쟁점이 됐고 아이큐어가 1심 재판에서 승소했다. 카이로스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카이로스가 1심 소송에서 패소한 이유는 아이큐어와 체결했다는 NDA 계약서 실물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카이로스 관계자는 "아이큐어측에 논의 초기부터 NDA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었다"며 "형사고소를 고려하고 있어 민사 재판에 NDA 계약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이큐어는 취재를 거절했다.

해당 재판에는 당시 모더나 백신 공급 추진 배경이 언급됐다. 카이로스는 미국 밴더를 통해 모더나와의 공급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파트너를 모집했다. 아이큐어는 카이로스측의 제안을 받고 자사에 1300억여원 수준의 현금성 자산이 있다며 자금을 증빙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아이큐어의 자금 증빙에는 최대주주인 최영권 회장 개인 주식 계좌 잔고 681억원이 포함됐다. 이는 당시 최 회장이 보유한 아이큐어 경영권 지분의 시장가다. 현금성 자산이란 언제든 인출할 수 있는 은행 예금이나 장내매도해 현금화할 수 있는 주식 등이며, 자금 증빙이란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을 상대방에게 입증하는 절차다. 최 회장은 자신의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겠다고 주장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자금 증빙에 최대주주 개인 재산은 물론 경영권 지분 값을 포함하는 경우는 없다"며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카이로스 관계자는 "아이큐어에 자금 증빙에 최 회장 개인 자산이 포함됐다는 점을 지적하자,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며 "아이큐어와 논의를 진행하던 중 NDA 파기로 거래가 중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재판에서 아이큐어가 모더나와의 공급계약 추진 사실을 언론사에 고의로 제보했는지와 계약 추진 진실성에 대해서는 다뤄지지 않았다.

아이큐어 주가는 모더나와의 백신 공급 추진 소식 이후 8만원대까지 급등했다. 이후 진행한 3차례의 무상증자 등을 고려한 수정주가 기준으로 2만8000원 수준이다. 현재 주가는 당시 고점 대비 90% 가량 내린 상태다.

이는 아이큐어에 투자한 소액주주 손실로 이어졌다. 모더나 백신 공급 소식이 주가에 큰 영향을 준 만큼 사업 추진 진정성이 없었고, 이 과정에서 두 회사 관계자 중 시세차익을 얻은 이들이 있다면 시세조종 및 사기적 부정거래 등 불법 혐의가 불거질 소지도 있다. 

한편 아이큐어 소액주주연대는 최근 회사를 상대로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 가처분과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들은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서 현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