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농심이 언제쯤 가격 인상 효과를 업고 실적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주요 제품의 판매가 조정에 나섰지만 높은 원가 압박을 상쇄하긴 어려운 수준인 까닭이다. 이에 시장에선 원재료 가격이 안정화 되고 있긴 하지만 속도가 더딘 만큼 하반기나 돼야 농심이 가격 인상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9월 라면과 주요 스낵제품 가격을 각각 평균 11.3%, 5.7% 인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플레이션 등으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데다 환율까지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농심의 매출원가는 ▲1분기 5215억원 ▲2분기 5529억원 ▲3분기5912억원 순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아울러 2021년에 비해선 매출원가 부담이 눈에 띄게 커졌다. 1분기 1.07%포인트(69.76%→70.83%) 상승했고, 2분기와 3분기에도 각각 4.25%포인트(68.87%→73.12%), 3.64%포인트(69.07%→72.71%) 높아졌다. 여기에 해상운임 상승과 운송보관료 증가로 인해 판매관리비 역시 3분기까지 191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9% 증가했다. 이로 인해 농심의 원가율(=(매출원가+판매관리비)/매출액)은 1년 새 96.18%에서 97.14%로 0.96%포인트나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농심이 올 하반기에나 제품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품 가격을 올리기 했지만 원재료  가격이 여전히 안정화되지 않은 데다 물류비·인건비·전기·가스 요금 등 기타 고정비 부담은 오히려 높아졌단 이유에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기준 소맥(밀)의 부셀(1부셀=27.22kg)당 가격만 봐도 작년 7월 말 807센트에서 지난 26일 752센트로 6개월 간 7.2% 하락하는데 그쳤다.

주요 증권사는 이에 농심이  지난해 연결기준 3조1168억원의 매출과 102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 중이다. 컨센서스가 부합하면 농심은 지난해 2021년 대비 매출이 17% 증가하는 반면, 영업이익은 3.4% 감소한다. 반대로 올해는 3조4359억원 매출과 14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작년 추정치 대비 각각 10.2%, 41.5%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증권사 연구원은 "글로벌 원재료 가격이 낮아지고 있긴 하지만 속도가 느리다"며 "통상 식품업계는 원재료를 3~5개월 전에 매입해 비축해두는 만큼, 올 상반기까진 작년 말~올 초의 높은 원가율이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B 증권사 연구원도 "라면이 '국민 음식'으로 불리는 만큼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며 "지난해 농심의 가격인상 폭은 원가 상승 분을 충분히 반영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부자재 가격이 어느정도 안정화돼야 지난해 가격 인상분이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전기,가스 등 에너지 비용이 높고 환율이 안정화됐다고 보긴 어려운 만큼 아직 올해 실적에 대해 낙관하긴 이르다"며 "해외 사업을 키우고 라면에 치우친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는 등 건전한 사업 구조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나가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