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농심이 미국 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라면 열풍을 등에 업은 미국 법인이 지난해 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이에 농심 역시 2025년까지 현지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우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11월, 2022년 북미지역에서 6009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같은 해 3분기까지 해당 지역에서 3924억원의 매출을 거둔 것을 고려하면 10월과 11월, 2000억원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렸기에 이 같은 발표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주요 증권사들도 지난해 농심이 북미지역에서 6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보고 있단 점이다. 또한 해당 지역에서 이 회사 매출액이 꾸준히 우상향 기조를 보일 것으로 관측 중이다. 이는 신라면블랙과 신라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제품 가격 인상 효과도 본격적으로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 결과다. 

실제 농심은 지난해 9월 신라면과 신라면블랙 등의 북미 판매가격을 종전보다 10.9% 올리는 등 주요 라면제품의 가격을 평균 11.3%씩 인상했다. 그 결과 신라면과 신라면블랙 봉지라면의 경우 이 지역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각각 36%, 20%씩 증가했고 나머지 제품군의 판매고 역시 늘었다는 게 증권가의 전언이다.

농심이 북미시장에서 이 같은 성장세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해당 지역 진출 직후부터 대형마트 공략에 집중하며 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 회사는 2017년 4000여개에 달하는 월마트 전 매장에 신라면을 납품한 후 샘스클럽 등 대형마트 위주로 유통망을 넓혀나갔다. 이 덕분에 2020년 영화 기생충이 불러일으킨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열풍의 수혜를 봤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미국인들의 식문화 변화도 농심의 북미 매출을 늘리는데 한몫 거든 요인으로 분석된다. 외식 대신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음식이 유행하면서 이전까지 특별한 한국 간식에 가까웠던 라면이 간편식으로 자리 잡은 까닭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한국 라면은 보통 기호에 맞게 다양한 재료를 첨가해 먹을 수 있어 미국에서 식사대용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며 "봉지라면의 성장세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오면, 더 간편한 컵라면 부문 매출이 올라가는 등 농심은 향후 몇 년 간 꾸준한 매출 증가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지역 수요 확대로 이미 농심 제2공장 가동률이 작년 말 50%를 넘어선 만큼 올 연말엔 10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농심은 2025년까지 미국에서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북미지역 사업을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작년 4월 가동을 시작한 제2공장의 가동률이 정상화되면 제3공장 건립도 고려 중이다. 또한 올해 대형마트 입점률을 더 높이고 버스, 지하철 등 옥외광고도 확대할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제3공장 설립은 2공장 가동률이 100% 가까이 됐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라며 "미국 시장에서 늘어난 라면 수요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생산·판매 역량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