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JKL파트너스는 DSEV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총 70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재원으로는 지난해 조성한 블라인드펀드인 '미래모빌리티 밸류체인 펀드'가 활용됐다. JKL파트너스가 향후 신주인수권을 전부 행사하면 DSEV 지분 약 50%를 확보할 수 있다.

DSEV는 지난 2020년 5월 설립된 회사로, 2021년 매출은 35억원에 불과하다. 같은해 영업손실 14억원을 기록했고, 순손실도 17억원 올렸다. 성장성 높은 전기차 관련 사업(삼륜전기차 OEM)을 영위한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해도 1400억원의 밸류에이션은 과도한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밸류에 투자유치가 가능했던 이유는 DSEV의 모회사인 동신모텍과 JKL파트너스 간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JKL파트너스는 동신모텍이 보유한 '2차전지 패키징 사업'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하길 원했고, 동신모텍은 외부자금 수혈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했다.

두 회사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결국 DSEV가 BW를 발행하고 JKL파트너스가 이를 인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DSEV의 기존 사업인 삼륜전기차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사업은 완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DSEV는 JKL파트너스가 투입한 자금 중 300억원을 동신모텍의 100% 자회사인 '동신모텍 폴란드(DONGSHIN MOTECH POLAND SP.ZO.O)'를 인수하는데 투입했다. 구주매출 자금은 자연스럽게 동신모텍으로 유입됐다.

'동신모텍 폴란드'는 현지에서 2차전지 패키징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수주계약을 통해 2차전지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매출 638억원, 순이익 28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그룹 계열사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DSEV는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재탄생했다. 

JKL파트너스가 투입한 나머지 400억원은 캐나다 신규 공장 설립에 투입된다. '동신모텍 폴란드'는 이미 LG에너지솔루션과 캐나다에서 약 1조원 규모 수주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공장 설립을 위한 자금 확보가 관건이었는데, JKL파트너스 투자금을 여기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공장은 오는 4월 착공 예정이며 2024년 완공 시 '동신모텍 폴란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스텔란티스, 혼다와 각각 설립한 합작회사(JV)들로부터 패키징을 위한 물량을 공급 받게 된다. 

DSEV는 앞으로 2차전지 패키징을 중심으로 배터리 관련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DSEV는 동신모텍의 알루미늄 가공 기술로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만큼 빠르게 수주를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JKL파트너스의 투자가 본격적인 2차전지 관련 사업확장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JKL파트너스는 사업 구조조정을 동반한 투자를 통해 '미래모빌리티 밸류체인 펀드' 앵커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투자성향에도 부합할 수 있게 됐다. 캠코는 금융위원회 산하 준정부 기관으로 부실자산 관리 및 청산, 기업구조조정 등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