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부문장 사장(사진)이 신약 개발과 관련해 잇따라 성과를 거두면서 비전 달성에 청신호를 켰다. 파이프라인 구축, 기술수출 등 글로벌 혁신 신약 발굴 기반까지 다지고 있어 삼성과 SK 등 제약바이오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 대비 존재감이 취약하다는 꼬리표도 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12월 자체 개발 신약 '티굴릭소스타트'의 중국지역 개발 및 상업화 독점 권리를 중국 바이오기업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이노벤트)'에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티굴릭소스타트는 요산생성 저해 기전의 경구용 통풍 신약이며, 통풍의 주요 원인인 요산을 생성하는 효소인 잔틴 옥시다제(XO)의 발현을 억제할 수 있다. 하루 한 번만 복용하면 돼 편의성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이번 계약으로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1000만 달러를 확보한 데 이어 상업화 성과 마일스톤으로 최대 8550만 달러를 순차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연 매출에 따른 로열티도 매해 별도로 받을 수 있고, 중국 파트너사 확보로 해당 지역의 상용화 가능성도 높아져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의 임상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LG화학 통풍신약의 기술수출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단순히 수출에 국한된 게 아니라 '티굴릭소스타트' 자체가 글로벌신약 후보로 각광받고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는 까닭에서다. LG화학의 연구개발(R&D) 성과가 점진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단 얘기다.

앞서 LG화학은 주로 항암, 당뇨·대사 영역에 집중해 혁신 신약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회사로 거듭나겠단 비전을 밝힌 바 있다. 실제 이 회사는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중장기 전략 및 매출계획'을 통해 지난해만 생명과학사업본부 사업에 312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오는 2026년까지 1조5000억원을 집행키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글로벌 혁신 신약 2개 이상을 확보하고,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는 손지웅 사장이 2017년 방향타를 쥐면서 세포치료제 등 신약개발을 본격화한 데 따른 결과다. 그는 신약 개발 후보물질을 10개에서 40여개로 늘리는 한편, 현재와 같은 당뇨·대사질환분야 포트폴리오 구축에 주력했다. 자체개발한 전임상 단계의 동종유래 CAR-T 치료제 'LR19023'만 하더라도 기존의 자가세포 치료제와 달리 범용화가 가능한 동종유래 세포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생산성 개선으로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며 미개척 시장인 고형암 세포치료제로 개발하고 내년 미국에서의 임상 진입이 목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체 40여개 신약 파이프라인 중 12개(대사질환 5개, 항암 4개, 면역질환 3개)가 임상단계에 진입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중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중인 'LC542019'의 경우 현재 미국 1상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LG화학은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 강력한 혈당 감소 효능 뿐만 아니라 체중 감소, 지방간 개선 등 부가적 효능을 동시에 갖춘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내수 및 신흥국 시장 중심의 기존 사업영역을 미국, 유럽 등으로 대폭 확장하기 위해 미국 등에서 직접 임상개발을 진행할 방침"이라며 "현재 통풍, 희귀비만, NASH, 당뇨 신약 등 임상단계 진입한 다수 파이프라인의 미국 임상개발을 직접 진행 중이며 글로벌 임상 또한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