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꾸준하게 대표주관 실적을 쌓으며 전통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해도 시장 한파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지만, 활발하게 후속 딜(Deal) 발굴에 나서며 실적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4일 '2022년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IPO 대표주관 실적 4위, 6위에 각각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 IPO로 1~2위를 차지한 KB증권·모건스탠리에 밀려 중위권에 위치했으나 NH·미래에셋·한국투자증권 등 강자와 견줘도 손색없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증권은 상반기 코람코더원리츠와 마스턴프리미어리츠를 잇따라 증시에 입성시키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하반기에는 2000억원을 공모한 수산인더스트리 IPO를 단독 대표주관하며 실적 순위를 끌어올렸다. 시장 한파 영향으로 주관 건수는 7건에 그쳤으나 쏘카 더블유씨피(WCP) 등 대형 딜에 인수단으로 참여하며 시장 내 입지를 넓혔다.

신한투자증권도 LG에너지솔루션 IPO 공동주관사로 이름을 올리며 달라진 위상을 보였다. 이후 하나증권과 함께 공동 대표주관을 맡았던 태림페이퍼가 공모일정을 철회하며 상승세가 꺾이는 듯했으나 위니아에이드(단독 대표)와 WCP(공동 대표)를 잇따라 성사시키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두 증권사 모두 IPO 사업역량 강화에 집중한 게 효과를 발휘했다. 삼성증권은 2021년 말 기업금융(IB) 부문을 1·2부문으로 나누고 IB1 부문 산하에 IPO 업무를 담당하는 기업금융1본부를 배치했다. 본부장은 NH투자증권 출신 유장훈 이사를 선임했다. 유 본부장 체제 이후 삼성증권 IPO 인력은 50명이 넘고 다양한 경험을 갖춘 거대 조직으로 성장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초 글로벌투자은행(GIB)에 IPO 본부를 설치하고 IPO 1~3부를 배치했다. 하반기에는 NH투자증권에서 주식발행시장(ECM) 부서장을 지낸 서윤복 상무를 본부장으로 영입하며 공격적인 인재확보에 나섰다.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빅 딜을 수행해 온 인물인 만큼, 부서 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시장 한파를 극복한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후속 딜 수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증권은 11번가와 서울보증보험, 케이뱅크 등 조 단위 대어 공동 주관사 자리를 꿰찼다. 최근에는 네이버 계열사 라인게임즈 IPO 대표 주관사로도 선정되기도 했다.

신한투자증권도 기업가치가 5조원대 안팎으로 거론되는 LG CNS 공동 주관사 지위를 따낸 데 이어 유니콘 기업 에이피알과 대표주관 계약을 체결했다. 홍보·마케팅업체 함파트너스(옛 함샤우트 두들)와 헬스케어 업체 조윈 등 중소형 IPO 딜도 확보했다. 오는 10일 미래반도체를 시작으로 다수 기업이 공모일정을 준비하고 있어 올해 성과가 기대된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한파로 다수증권사들의 IPO 주관 실적이 감소한 것도 순위에 영향을 미치긴 했으나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시장 내 입지를 넓힌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 "두 증권사가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만큼,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