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네이처리퍼블릭이 전국 최고 땅값을 기록한 '명동월드점'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는 상징성과 매출 규모 때문으로 관측 중이다. 나아가 중국의 봉쇄 정책 완화 기조에 따라 올해 요우커(중국 단체관광객) 방문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부분도 네이처리퍼블릭이 적자를 감내하고 명동 매장을 지킨 이유로 꼽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16년 마이너스(-) 96억원으로 적자전환 한 후 2021년까지 벗어나지 못했다. 매출도 2016년 2618억원에서 2021년 1255억원으로 5년새 52%나 급감했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요우커가 줄어든 데다 H&B(헬스·뷰티) 스토어가 성장하면서 화장품 로드샵 시장이 침체된 영향이다.

이에 네이처리퍼블릭은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매장을 꾸준히 철수해 왔다. 실제 2018년 629개에 달했던 매장수는 2020년 439개로 줄었고, 지난해엔 300개 가량으로 축소됐다. 이로 인해 2019년 180억원에 달하던 지급임차료 역시 2021년 77억원으로 57.2%나 줄었다.

눈에 띄는 점은 이처럼 매장 축소가 불가피한 적자 상황에서도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명동월드점'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중구 충무로 1가 네이처리퍼블릭 부지(169.3㎡)의 올해 1㎡당 공시지가는 1억7410만원이다. 이 부지는 2004년부터 올해까지 20년째 전국 표준지 가운데 '가장 비싼 땅'으로, 공시지가 만큼 임대료도 높다.

코로나19가 불거지기 직전인 2019년 명동월드점의 임차료는 보증금 50억원에 임대료 2억5000만원 가량이었다. 해당 매장의 임차료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소폭 낮아졌다 최근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엔데믹 전환 이후 명동 상가 공실률이 줄면서 임차료도 다시 상승하고 있다"며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은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에도 임차료가 크게 낮아지지 않았고, 최근엔 다시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네이처리퍼블릭이 명동월드점을 철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매출과 상징성 때문으로 보고 있다.

A사 관계자는 "명동월드점의 경우 매장 규모도 크지만 주요 고객이 해외 관광객이다 보니 낱개가 아닌 대량 구매가 많아 국내 매출을 견인해왔다"면서 "올해 중국 봉쇄 정책 완화로 관광객 방문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보니 실적 반등을 위해 네이처리퍼블릭이 명동 매장을 지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명동은 여전히 서울 내에서 손꼽히는 쇼핑 상권"이라며 "임대료 비싼 명동 중심가에 브랜드를 보여줄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이 있다는 게 곧 경쟁력이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처리퍼블릭은 다른 고정비를 줄여서라도 명동월드점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 전까지 명동월드점은 전국에서 매출이 가장 높았다"면서 "지난 2년간 적자를 지속해왔지만 명동 상권이 살아날 것을 대비해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명동에 신규 매장 2곳을 추가 오픈하는 등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