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네이처리퍼블릭이 해외사업을 재편한 지 1년이 흐르면서 그 성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콩법인을 청산하고 일본 사업을 강화하면서 전체 중 해외 매출 비중이 50% 가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는 중국 뷰티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와 이 회사의 재무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해외 사업 성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해외에서 495억원의 매출(온라인+오프라인)을 기록했다. 이는 해외 사업 재정비 전인 2019년 322억원 대비 53.7% 증가한 금액이다. 이에 따른 해외 매출비중 역시 같은 기간 16.9%에서 48.8%로 31.9%포인트 상승했다.

해외 매출이 늘어난 건 이 회사가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법인은 청산하고 수익이 개선된 지역은 집중적으로 강화한 덕분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12년 미국 하와이와 일본 시장에 진출했고, 2013년 이후 홍콩, 중국, 미국 본토에 차례로 진출했다. 하지만 해당 법인들은 2016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현지 뷰티 업체들의 성장,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려왔다.

2019년 네이처리퍼블릭 6개(홍콩, 중국, 미국, 일본) 해외법인 중 홍콩, 중국(상하이·베이징), 미국 법인의 순자산가액은 마이너스를 기록,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이후 2021년까지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자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에 따른 리스크 등을 고려해 홍콩법인의 청산을 결정했다.

반대로 일본에서는 돈키호테, 로프트, 도큐핸즈 등 주요 유통 채널에  '그린더마 시카' 라인과 '비타페어C라인'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을 입점시키고, 큐텐 등 온라인 플랫폼 등에도 진출하며 사업을 강화했다. 이는 중국 봉쇄 정책과 'K-뷰티'의 위상을 고려할 때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곳은 일본 밖에 없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도 "일본 내에서 K뷰티 위상이 높다"면서 "부진한 중국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일본에서 브랜딩 돼있는 업체들의 경우 사업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처럼 네이처리퍼블릭만 해도 일본에서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던 덕에 2021년엔 49억원에 불과했던 이 지역 매출액이 작년 3분기엔 140억원(누적 기준)으로 3배 가량 확대됐다.

다만 업계는 이러한 노력에도 네이처리퍼블릭의 해외 사업 성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중국 판매량이 늘어야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데, 해당 지역의 성장이 미비할 것으로 내다봐서다.

A사 관계자는 "국내 뷰티 업체들은 매출을 견인하던 중국 시장의 리오프닝을 기다리고 있지만 리오프닝 효과는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에 그칠 것"이라며 "중국 뷰티 업체들의 품질이 좋아지면서 대기업이 아닌 이상 현지에서 과거와 같은 K-뷰티의 위상을 누리긴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B사 관계자 역시 "네이처리퍼블릭의 중국 법인은 현지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실적이 좋지 않다"며 "미국 역시 성장보단 유지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네이처리퍼블릭이) 적자 상황이라 투자 확대도 쉽지 않아 해외 사업이 큰 폭으로 성장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선은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중국의 경우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영국, 동남아, 북미로 계속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