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재민 기자] CJ CGV(CGV)가 미국 시장에서 철수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할리우드에 진출했다는 상징성을 위해 2010년 야심차게 법인을 세웠지만, 수익을 창출하기는커녕 사업을 유지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이에 시장에서는 CGV가 성장성이 뒤쳐지는 미국 법인을 청산한 뒤 베트남 사업 강화에 역량을 집중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CGV의 올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미국 법인(CJ CGV AMERICA LA)에 대한 45억원 규모 유상감자를 단행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미국 법인 자본총계(156억원)의 28.8%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에 해당 법인이 올해 작년과 같은 수준의 순손실(142억원)을 낼 경우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게 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미국 법인이 그간 CGV의 금전 지원 덕에 유지돼 온 회사란 점이다. 미국 법인은 실적을 공개하기 시작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간 총 82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그럼에도 CGV는 지난해 211억원 규모 현금출자 나섰고, 올해 5월 120억원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689억원의 채무보증을 섰다. 

CGV가 이처럼 미국 법인을 애지중지 하고 있는 이유는 할리우드에 진출했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키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실제 CGV는 사업 확장 및 경쟁력 강화보다는 법인 유지에 방점을 두고 미국 사업을 펼치고 있다. 운영 중인 상영관 수만 봐도 미국의 경우 3개 뿐인데 반해 비슷한 시기에 사업을 시작한 터키(92개), 베트남(81개) 지역은 100여개의 상영관을 두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사업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상징성 때문에 미국 법인을 챙기기 어려울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9월말 기준 CGV가 상환해야 할 차입금만 해도 2조9925억원(리스부채 포함)에 달하고, 기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의미하는 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의 경우 887억원으로 작년 동월에 비해 83.4%나 급증한 상태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CGV가 이른 시일 내 미국 법인을 청산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중국과 성장성 높은 베트남 지역에 더욱 집중할 것이란 전망도 일각서 나오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해외 멀티플렉스 사업의 경우 코로나19 이전부터 수익을 창출하는 법인이 많지 않았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상징성만으로 적자 법인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미국 법인에 투입한 투자금을 회수한 뒤 베트남 등 성장가능성이 높은 해외 법인 공략에 집중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시장 관계자도 "최근에는 국내 시장도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적자를 내고 있는 해외 법인들의 청산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CGV 역시 실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인 만큼 경영 효율화를 위해 미국법인 청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GV 관계자는 "미국 사업의 철수 및 청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면서도 "상징적 의미를 위해 미국 사업을 유지하긴 했지만, 현재는 어떤 방식으로 법인을 운영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심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유상감자도 그러한 고민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