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데브시스터즈가 자회사 플립필드를 통해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아직 관련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는 데다 후발주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블록체인 분야에서 데브시스터즈가 얼마나 활약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플립필드 기반으로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 포부

26일 데브시스터즈 2022년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데브시스터즈는 1월 10억원을 출자해 플립필드를 자회사로 신설했다. 

플립필드는 블록체인 생태계에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는 곳으로 장세진‧김기형 공동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전체 인원 규모에 대해서 데브시스터즈와 플립필드 측은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다만 비교적 소규모인 것으로 파악된다. 

데브시스터즈는 5월에 계열사를 포함해 전체 300명 규모의 인력을 채용했는데 플립필드도 여기에 포함됐다. 당시 공고문을 살펴보면 플립필드는 블록체인을 통해 커뮤니티와 소통하면서 웹3.0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로 소개됐다. 

플립필드는 먼저 신규 IP(지식재산권) 기반 NFT(대체불가토큰)를 통해 블록체인 사업에 먼저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뒤 토큰을 발행하고 NFT 소셜그라운드를 론칭한 뒤 데브시스터즈의 여러 게임을 수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데브시스터즈는 "플립필드는 NFT와 토큰의 가치 상승을 통한 경제적 효용을 넘어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탈중앙화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 지향점"이라며 "데브시스터즈의 뛰어난 콘텐츠 제작능력에 블록체인의 가치를 더한다면 큰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라고 밝혔다.

◆ 이전부터 관심, 람다256과도 협업

데브시스터즈는 이전부터 블록체인 사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실제로 2021년 11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NFT가 적용된 '쿠키런' 디지털 아트 사업을 향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NFT가 적용된 디지털 아트를 사고팔려면 거래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데브시스터즈가 자체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가상자산 거래소에 투자 혹은 협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데브시스터즈는 두나무의 블록체인 자회사 람다256에 2021년 12월 투자하기도 했다. 그 뒤 람다256이 2023년 출시한 웹3.0 기반 블록체인 메인넷 '더밸런스'에도 탈중앙화 블록체인을 운영하면서 거래를 검증하는 검증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블록체인 인력을 모집하면서 관련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그 뒤 플립필드를 설립하고 닐슨을 거쳐 데브시스터즈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4년 가까이 일해왔던 장세진 공동대표를 선임하는 등 사업 기반을 쌓기 시작했다. 

◆ 앞서가는 경쟁자들 '크립토 윈터'도 부담

다만 데브시스터즈는 2022년 4분기에 접어든 현재까지도 자체 블록체인 사업에 대한 계획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10월이 끝나가는 상황을 고려하면 2023년은 돼야 관련 계획이 구체화된 형태로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경쟁사 격인 중견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를 운영하는 위메이드는 물론이고 컴투스홀딩스는 '엑스플라', 네오위즈는 '네오핀'과 '인텔라X'를 앞세워 블록체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블록체인 사업 환경이 후발주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또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른 게임사들이 시장을 선점한 데다 올해 비트코인 시세가 60% 이상 폭락하는 등 '크립토 윈터(암호화폐 약세)'가 이어지면서 시장 진입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데브시스터즈가 콘텐츠 사업 경험이 많고 인지도 높은 '쿠키런' IP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강점이 될 수 있지만 후발주자의 어려움을 피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 역시 지속해서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데브시스터즈 관계자는 "지금은 플립필드 등을 통해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연구 및 개발하고 있는 단계"라며 "구체적 계획에 대해서는 현재 설명하기가 다소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