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AK홀딩스가 지난 6일 13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해 자회사 제주항공이 단행할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해당 EB의 기초자산은 AK홀딩스가 보유한 제주항공 주식이다. 만기는 2027년 9월 6일, 만기 이자율은 3%이며 교환가액 및 교환주식은 각각 1만6150원, 804만9535주다.

재계는 이를 두고 '돈맥경화'에 시달리던 양사가 비교적 낮은 금리로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하는 한편 제주항공의 주가 추이가 중요할 거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EB에 투자한 대신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이 2024년 9월 6일부터 매 3개월마다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예컨대 AK홀딩스는 투자자들이 풋옵션 행사가능일에 주가부진 등을 이유로 조기상환을 요구할 시 이들에게 원금 1300억원과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이 경우 AK홀딩스는 큰 재무적 부담을 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계열사로부터 받는 배당 등으로 매출을 올리는 순수지주사인 터라 현금창출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봐도 AK홀딩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59억원에 그쳤다. 외부차입을 통해 EB를 상환해야 하는 셈이다.

제주항공 주가는 당분간 교환가액에 못 미친 상태로 유지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지난 10일 이 회사 종가는 1만5000원으로 EB 교환가 대비 7.1% 낮았다. 이에 더해 시장에선 오는 11월 유상증자 단행으로 2723만주가 더해지는 터라 증권가는 제주항공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이에 대해 애경그룹 측은 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 부담은 크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의 수익성 반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만큼 실적과 주가가 우상향할 수 있단 점에서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이번 유상증자로 유입된 돈을 항공기 확보 등 투자재원으로 쓸 예정"이라며 "팬데믹 종식 시점에는 항공업황도 정상화된다는 점에서 이번 선제적 투자는 추후 제주항공의 실적반등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K홀딩스가 발행한 EB 만기 이자율이 비교적 낮은 3%라는 점은 투자자들이 제주항공의 실적반등 가능성을 높게 봤기에 가능했던 것 아니었겠나"라고 덧붙였다.

재계는 제주항공 주가 리스크 외에는 AK홀딩스의 EB 발행이 꽤나 기업 친화적으로 이뤄졌단 평가를 하고 있다. 우선 리픽싱(시가하락에 따른 교환가격 재조정) 조건이 사실상 없다는 점을 꼽고 있다. AK홀딩스와 투자자들은 제주항공이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추가 유증을 단행하거나 합병, 감자, 주식분할 및 병합 등 특수상황이 발생할 시에만 리픽싱을 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EB 투자처가 분산돼 있단 점도 AK홀딩스에겐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EB가 실제 주식으로 교환되더라도 제주항공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어서다.

제주항공이 유증을 실시한 이후 AK홀딩스의 보유 지분율은 기존 50.9%에서 47.4%로 3.59%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EB가 모두 주식으로 교환될 경우에는 36.9%까지 내려올 수 있다. 하지만 EB 투자자가 대신증권(800억원), 메리츠증권(320억원), 한투증권(180억원) 등 세 곳인 터라 주식교환 이후 대주주(AK홀딩스)와 2대 주주간 지분율 차이는 30.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