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보행보조 로봇 '젬스'를 출시하며 로봇 시장에 공식적으로 진출한다. 서빙·안내 등 대면 서비스 로봇에 집중하고 있는 LG전자와 달리 웨어러블 로봇을 출시해 차별화를 두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고관절에 착용하는 '젬스-힙'의 시판전 신고를 마쳤다. 시판전 신고는 미국 내에서 의료기기를 시장에 내놓기 전 안전성 등을 고려해 판매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CES 2019'에서 젬스를 공개한 지 3년 만에 출시 준비를 마무리하면서 이르면 이달 또는 늦어도 다음달 중 첫 로봇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첫 로봇 제품으로 젬스를 택한건 차별화 전략때문이다. 앞서 LG전자가 '클로이 가이드봇', '클로이 서브봇' 등 대면 서비스 업무를 수행하는 로봇으로 서비스 로봇 시장을 공략해 온 만큼 삼성전자는 보행과 재활을 돕는 웨어러블 로봇 시장을 택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BIS리서치는 전세계 웨어러블 로봇 시장 규모가 2020년 4억9000만달러(약 6000억원)에서 2031년 88억달러(약 11조 2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우선적으로 웨어러블 로봇을 출시한 뒤 향후 서빙 로봇을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용 로봇을 상용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올 초 핵심 신사업으로 로봇을 낙점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확대를 선언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신사업 발굴의 첫 행보는 로봇 사업"이라며 "전담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삼성전자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와 미국·캐나다 특허청에 '삼성봇' 상표권 등록도 마치며 본격적인 로봇 상용화 준비에 나섰다.

공개적인 시장 진출을 선언한 건 올 초였지만 이전부터 삼성전자는 꾸준히 로봇 시제품을 공개하며 관련 역량을 강화해왔다. 삼성전자는 2019년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에서 노약자 돌봄 로봇 '삼성봇 케어'와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젬스'를 공개하며 첫 로봇 시제품을 선보였다. 이후 삼성전자는 지능형 반려 로봇 '볼리', 가사보조 로봇 ' 삼성봇 핸디' 등의 시제품을 공개해왔다.

또한 지난해 8월 삼성전자는 로봇과 인공지능(AI)를 포함한 미래 기술 산업에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난 연말에는 조직 개편을 통해 가전 사업부 산하에 신설한 로봇 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정식 조직인 로봇사업팀 격상했다. 삼성전자는 올 초 로봇사업팀 관련 하드웨어 개발, 로봇 규격, 기획 등 총 19개 직군에서 대규모 경력사원 채용도 진행한 상태다.

일각에선 이러한 행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 사면 후 첫 대형 인수합병(M&A) 대상이 로봇 분야일 것이라 전망한다. 2015년 삼성전자가 전장사업팀을 출범한 직후 미국 전장회사 하만 인수가 이뤄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만 인수 당시처럼 로봇사업팀 출범 후 로봇 관련 M&A가 전망됐으나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 제약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 부회장의 복권으로 삼성전자는 첫 로봇 제품을 출시하며 관련 M&A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