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미국 전기차기업 테슬라가 지난 1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인플레이션 압박과 부품 공급난으로 인해 순수 전기차기업은 물론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완성차업체들마저 부침을 겪는 가운데 테슬라만 전례 없은 차량 판매 호조를 기록한 것입니다.

테슬라는 2일(현지시간) 1분기에 전기차 31만 48대를 인도하고 30만 5407대를 생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는 1분기 인도량으로 사상 최대 기록입니다. 작년 1분기 실적과 비교하면 인도량은 67.8% 증가했고, 생산량은 69.4% 증가했습니다.

현지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선전에 대해 놀랍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웨드부시의 전기차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공급망 문제를 감안했을 때 우려한 것보다 더욱 좋은 판매량"이라며 "테슬라가 1분기에 가격을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성과를 거둔 것은 놀랍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루프 벤처스의 관리 파트너를 맡고 있는 진 먼스터는 "모든 역풍을 감안할 때 인상적인 판매 성장"이라며 "앞으로도 테슬라는 다른 경쟁업체를 능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사실 테슬라의 1분기 차량 인도량은 IB 업계 예상치(31만 7000대)를 소폭 밑도는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테슬라의 차량 판매 실적에 호평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근 전기차업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부침을 겪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니켈은 물론 주요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탓에, 순수 전기차 업체는 물론 완성차 업체마저 제품 생산 및 판매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죠.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직접 경영난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위기 속에서 테슬라 대응은 남달랐습니다. 테슬라는 니켈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브라질 광물업체와 비공개 계약을 맺었습니다. 캐나다에서 니켈을 향후 수년간 공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이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자 주요 원자재 공급망을 우선적으로 확보한 것입니다.

배터리 소재 뿐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대한 대처도 탁월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컨설팅업체 오토포캐스트솔루션즈에 따르면 올해 들어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전 세계 차량 생산 손실은 무려 125만 여대에 이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는 강력한 자체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반도체 개수를 줄이는 혁신을 일궈냈습니다. OS를 고도화해 많은 역할을 담당하게 하고, 칩 하나하나가 책임지는 기능을 상대적으로 줄인 것입니다.

물론 테슬라에게도 사업 리스크는 남아 있습니다. 우선  테슬라는 공급난을 최대한 완화하기 위해 재빠르게 움직였지만 이는 일단 임시방편입니다. 원자재 가격은 끝을 모르고 상승하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최근 전기차 가격을 상향 조정한 것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최대한 방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실제 미국 경제 매체 월스트리트저널은 "산업 전반에 걸친 공급난과 기록적인 물가 상승이 테슬라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또 테슬라의 상하이 기가팩토리 가동이 중단된 것도 향후 사업 실적을 낙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최근 상하이 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순환 봉쇄 조치가 내려졌는데요. 빠른 재가동을 기대했으나, 상황이 호전되지 않아 언제 다시 생산에 착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만약 생산 중단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진다면 2분기 성적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