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심두보, 노우진, 김나연 기자] 수많은 기업이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사익을 추구해요. 이기심이 기업 활동의 동력이죠. 그런데도 경제는 나름 잘 돌아갑니다. 적합한 규칙 아래 각자의 이기심은 win-win을 만들어 냅니다.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직원들을 독려하면 기업은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최대한 이 이기심이 사회의 복리후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정부는 규칙을 정비하고 또 정비합니다.

좋은 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려요. 정말 셀 수도 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공든 탑이 때론 한 번에 무너집니다. 전쟁은 그 대표적인 원흉이죠. 전쟁은 아무리 생각해도 lose-lose입니다. 정말 극소수의 권력자와 기업에게만 득이 되고, 절대다수에게는 치명적인 피해를 안기게 됩니다.

오늘은 미국에 상장된 러시아계 기업에 닥친 시련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NYSE·나스닥, 러시아계 기업의 주식 거래 중단

무슨 일이지?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이 자사 거래소에 상장된 러시아계 기업의 주식 거래를 잠정 중단했어요. 블룸버그는 중단 사유를 규제상의 우려 때문이라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어요. 나스닥 규정집에는 '중요한 정보는 대중과 시장에 공정하고 적절하게 배포되며 투자자가 결정을 내릴 때 정보를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나와있습니다. 즉,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진행되는 가운데 투자자에 대한 정보 제공이 원활하지 않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NYSE에서 거래가 멈춘 러시아계 기업은 아래와 같아요.

- Cian PLC

- Mechel PAO

- Mobile TeleSystems PAO

그리고 나스닥에서 거래가 잠정 중단된 기업은 아래와 같아요.

- Nexters Inc

- HeadHunter Group PLC

- Ozon Holdings PLC

- Qiwi PLC

- Yandex

위 기업의 주가는 최근 5일 동안 최소 13%에서 최대 60%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와 루블화 가치의 하락 등 불확실성이 매우 커지고 있어 이들 러시아계 기업의 가치가 앞으로도 한동안 큰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신기루 같았던 한 전기차 기업의 주가

무슨 일이지?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로즈타운모터스가 28일(현지시간) 올해 500대의 전기 픽업트럭 인듀어런스를 생산해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내년까지 최대 3000대의 차량을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마크 델라니 애널리스트는 "500대라는 목표치는 시장의 기대를 훨씬 밑도는 규모"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래서?

로즈타운모터스는 지난 2020년 SPAC과의 합병을 통해 상장한 후 부침을 겪기는 했으나 20달러 선에서 주가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로즈타운모터스 주가는 상장한지 약 반년만인 2021년 초 급락했는데요. 공매도 투자기업 힌덴버그리서치가 폭로한 사기 혐의에 휘말렸기 때문입니다.

힌덴버그리서치는 당시 로즈타운모터스가 발표한 10만 대의 선 주문량과 생산 일정, 시범 운행 결과가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힌덴버그는 "로즈타운모터스의 주문 계약은 '신기루'와 같다"며 "곧 출시 예정이라고 소개했던 전기트럭도 실제로는 최소 3년 뒤에나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사실 확인을 위해 조사에 착수했으며 집단 소송까지 벌어졌습니다.

이후 로즈타운모터스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악재가 잇따르며 고전하고 있습니다. 로즈타운모터스는 지난해에도 자본 부족을 인정하며 생산 목표치를 기대에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로즈타운모터스는 테스트용 전기트럭을 별도 생산했으며 테스트가 진행 중이라고 발표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을 되돌리기 위해 힘을 쏟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는 상황입니다.

주가는 어때?

로즈타운모터스 주가는 28일(현지시간) 전일대비 18.41% 급락한 2.57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2020년 상장한 로즈타운모터스의 주가는 한때 3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으나 사기 논란에 휩싸이며 급락했어요. 이후 잇따른 악재에 주가 하방압력을 받으며 올해 들어서는 결국 3달러 선마저 무너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생산 목표치마저 예상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에 당분간 상승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줌은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무슨 일이지?

28일(현지시간)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이하 줌)이 회계연도 2022년 4분기 실적과 향후 실적 전망을 발표했어요. 줌의 4분기 실적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보다 높았어요. 매출은 10억 7000만 달러로 예상치인 10억 5000만 달러를 상회했어요. 다만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성장률은 21%로, 직전 분기의 성장률인 35%보다 낮아졌어요.

줌의 향후 실적 전망은 투자은행 업계의 예상치를 밑돌았습니다. 줌은 이번 분기 10억 7000만 달러에서 10억 7500만 달러 사이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어요. 이는 기대치인 11억 달러에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또 줌은 회계연도 2023년 45억 3000만 달러에서 45억 5000만 달러가량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이 역시 47억 1000만 달러였던 기대치를 하회하는 수치예요.

그래서?

줌은 팬데믹의 시작과 함께 급격하게 성장했어요. 줌은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 왔어요. 줌은 화상회의 플랫폼에서 다른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요. 지난주에는 클라우드 콜센터 서비스를 개시하기도 했죠.

줌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경쟁사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어요.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커서 두 회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고 있죠. RBC 캐피털의 애널리스트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스(Teams) 서비스가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줌이 아직 이에 비해 월등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더 중요한 것은 (화상회의 시장이) 두 회사가 모두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라고 밝혔어요.

주가는 어때?

28일(현지시간) 줌의 주가는 5.81% 오른 132.60달러에 마감했어요. 하지만 실적 전망이 발표된 뒤 줌의 주가는 장 마감 이후 한때 28일 종가 대비 13%까지 급락했습니다. 다만 이후 주가는 다시 종가 수준으로 회복했습니다.

줌의 주가는 올해 들어 28.04% 하락했어요. 같은 기간 8.81% 하락한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보다 훨씬 크게 떨어진 셈이죠. 재택근무를 하는 기업의 수가 줄어들고 사람들이 다시 사무실로 복귀하면서 시장의 기대치가 사라진 탓입니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나스닥에 따르면 줌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투자 의견 컨센서스는 '매수'입니다. 평균 목표주가는 202.08달러로 52.40% 상승 여력이 있다고 평가돼요